"버려진 아이들 돌본 50년…6만명 엄마 됐네요"

입력 2015-07-13 20:56  

정년퇴임 후에도 15년 더 봉사…조병국 홀트 부속의원 명예원장

'참인술(仁術)' 공로로 제3회 성천상
"소외된 아이들 위해 여생 바칠 것"
중외복지재단, 내달 24일 시상식



[ 김형호 기자 ] “수술로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을 숱하게 떠나보낸 게 가장 가슴 아픕니다.”

지난 50여년간 버려진 아이들을 돌본 ‘할머니 의사’ 조병국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 명예원장(82·사진)이 13일 중외학술복지재단(이사장 이종호 JW중외그룹 회장)의 제3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성천상은 JW중외제약 창업자인 고 성천 이기석 사장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조 원장은 우리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을 반세기 넘는 세월 돌보며 생명존중의 정신을 실천한 공로로 수상자에 뽑혔다. 195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조 원장은 1962년부터 15년 동안 서울시립아동병원 소아과에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는 “어린 시절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어간 동생들과 6·25전쟁 피란길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보면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1960년대 한국의 의료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조 원장은 “당시 서울시립아동병원은 말이 병원이지 영유아 집단수용소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변변한 의료기기 하나 없었다”며 “사망진단서를 하루에도 수십장씩 써야 했다”고 회상했다. 보다 못한 조 원장은 국제기구에 직접 의료기기와 의약품 지원을 호소하러 다녔다. 이 때문에 ‘국제 거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 정부가 자제경고 조치까지 내릴 정도였다.

그는 “혈액보관 냉장고조차 없고, 살릴 수 있는 미숙아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어떻게 손 놓고 있을 수 있겠느냐”며 “다행히 스위스 국제기구와 연이 닿아 인큐베이터와 엑스레이 촬영기 등의 의료장비를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1976년부터는 홀트아동복지회 창립자인 해리 홀트와의 인연으로 홀트부속의원에서 입양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1993년 홀트부속의원에서 정년퇴임을 했지만,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후임자들이 몇 달을 못 버티자 의원 측에서 조 원장에게 다시 도움을 청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아이들을 돕겠다”며 흔쾌히 수락, 2008년까지 15년을 추가로 근무했다. 현재 여든이 넘은 고령임에도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장애아를 위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만 6만여명. 그중에서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태어나 버려졌다가 미국에 입양된 후 의사가 된 한 입양아의 사연을 전해줬다. 조 원장은 “경증 뇌성마비가 있었는데 9세에 미국 조지아주로 입양을 갔고, 언어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며 “다행히 처음 만난 미국 학교 담임교사가 따로 개인수업까지 하며 가르친 덕분에 의대까지 진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 입양아는 최근까지 2년에 한 번씩 한국으로 의료자원봉사를 다녀갔다.

조 원장은 “차가운 바닥에 버려진 아이들에게 한 줌 숨이라도 붙어 있으면 살려 보려는 일로 50년을 하루 같이 살아왔다”며 “남은 삶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3회 성천상 시상식은 오는 8월24일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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