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행위 위법 여부 금융위가 미리 통지
금감원 행사하는 기능은 건전성 검사 등으로 제한돼
[ 박동휘 기자 ] 금융위원회가 앞으로 비조치의견서를 활용해 그림자 규제로 불리는 비공식 행정지도를 근절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비공식 행정지도를 없애기로 했지만, 금융현장의 규제 완화 체감도가 여전히 미진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13일 특정행위가 법령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미리 통지해주는 비조치의견서 요청 대상을 법령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공문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3월 시행한 비조치의견서를 행정지도와 주의환기, 이행촉구, 구두지침 등 비공식적 규제로까지 넓힌 게 핵심이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에 특정행위에 대해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물으면 대답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이 법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회신하면 금융당국은 사후에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따라서 금융회사로서는 비조치의견서로 승인 결정을 받으면 즉각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금융당국은 필요할 경우 사후적으로 관련 법령을 정비한다.
금융위는 비조치의견서 제 돋?지난 3월 말 도입한 뒤 금융규제민원포털과 현장점검반 활동 등을 통해 모두 44건의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 표명을 요청받았다. 이 중 29건에 대해 회신을 완료해 관련 규제를 해소했다.
하지만 금융회사 사이에선 체감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공식 행정지도 관행 등의 그림자 규제가 여전한 탓이라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이달 초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금융개혁 100일’ 설문조사에서도 비공식적 행정지도가 근절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21.9%에 불과했다.
금융위가 ‘법령 해석 및 비조치의견서 업무처리에 관한 운영규칙’을 개정해 행정지도 등 그림자 규제도 비조치의견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예컨대 금융감독원이 문서 없이 구두로 금지한 행위에 대해 앞으로 금융회사가 금융위에 위반 시 제재 여부를 문의할 수 있다.
김근익 금융위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장은 “다음달 운영규칙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비조치의견서 제도가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간 소통 창구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이번 조치로 금감원의 기능과 역할은 축소될 것으로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위가 제·개정한 각종 법령과 감독규정, 운영규칙의 현장 적용을 담당하는 금감원이 그동안 행정지도 등의 규제를 통해 큰 힘을 발휘해왔으나 앞으로는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위는 이번 운영규칙 개정안에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설치 사유로 ‘심의위원장(금융위 상임위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를 추가할 계획이다. 그림자 규제를 풀어줄 때 금감원이 설사 반대하더 捉?심의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 사이에서 금융위 과장보다 금감원 수석이 더 무섭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 아니냐”며 “비공식 행정지도 등 낡은 관행이 금융 혁신을 가로막는 악순환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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