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사재(私財) 내놓았더니 '3중 과세'…법원서 위법 판결 잇따라

입력 2015-07-14 22:28  

'불합리 증여세' 손본다

정부 "중복과세 없앨 것"
'법인에 증여' 놓고 납세자 혼선·조세 분쟁
기재부, 법인세 과세 땐 증여세 부과않기로



[ 조진형/이승우 기자 ]
대기업 그룹 일가인 A사 회장은 2007년 부인과 함께 A사 지분 93%를 B사에 증여했다. 자녀 세 명이 100% 지분을 보유한 B사는 회장의 무상 출연에 따른 재산 증가로 법인세를 냈다. B사 대주주인 자녀들은 배당·양도소득세를 부과받았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증여세 75억원을 별도 부과했다. B사 매출이 증여 직전 6억원 수준에서 5년 사이 230억원으로 급증했다는 점을 과세 근거로 삼았다.

행정법원은 1심에서는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선 증여세 부과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증여세 포괄주의 규정이 적용될 사안이 아니다”며 “이 규정을 적용해 과세하면 조세 형평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법인세, 배당·양도소득세를 부과했는데도 증여세를 물리는 것은 3중 과세”라는 자녀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인을 통한 증여에 과세한 사례가 법정 소송에서 뒤집힌 것은 수두룩하다. 올해 초에도 서울행정법원은 대기업 C사 회장의 아들 D씨가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선 증여 과세가액 계산 방법에 관해서는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타인의 기여에 의한 증여는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더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달에도 서울행정법원은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등 전 NHN게임스 임직원 4명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증여세 477억여원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분쟁의 원인이 2004년 도입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 있다고 보고 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특정인의 재산 가치를 늘리는 데 기여한 모든 행위를 증여로 간주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여’의 개념이 모호해 증여세를 둘러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완전포괄주의에서 증여세 적용 범위를 법인·소득세와 명확하게 구분 짓지 않아 갈수록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기재부는 재산을 증여받은 기업에 법인세가 과세되면 이 법인의 주주에게는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예외적으로 증여세를 물려야 하는 대상에겐 법인세와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을 방침이다.

기재부는 증여 시기와 과세가액의 구체적인 규정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는 증여로 여겨져도 계산 산식조차 없어 과세가액이 조세 분쟁 소지가 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여 기준을 추가하더라도 완전포괄주의라는 큰 틀은 유지할 방침”이라며 “납세의무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여가 분명한 거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특별규정을 통해 증여세로 과세하면 된다”며 “증여세 과세 대상에 대해서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진형/이승우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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