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부안’ 오오하시 3대 사장 “장수기업 비결은 '꿈'의 승계”

입력 2015-07-15 15:44  


“부모의 꿈을 자식이 물려받는 것. 그것이 바로 장수 기업을 만드는 힘입니다.”

68년 역사의 소바 이자카야 ‘시노부안’의 오오하시 마사노부 사장(44)은 ‘장수 기업’의 비결을 독보적인 기술이나 노하우가 아닌 ‘마음’에서 찾았다.

오사카 한 쪽 골목에서 시작한 지 70여년 만에 해외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노부안은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지난 7일 한국조리학회 오사카 연수에서 시노부안의 3대 오오하시 사장을 만났다.

“할아버지가 시작한 가게를 자식들이 나눠 운영했는데 아버지는 지하매장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꿈은 큰길가에 위치한 노면점포를 갖는 것이었죠.”

오오하시 사장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꿈을 들으며 자랐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꿈을 이어받겠다고 생각했던 오오하시 사장이지만 젊은 시절의 그는 가업과 관계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한 증권회사에서 일하다가 사표를 내고 미국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낮에는 학원에 다니고 저녁에는 초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죠.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다녔습니다.”

오오하시 사장의 서비스 철학은 뉴욕 생활을 거치면서 완성됐다. 외식 서비스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손님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줘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다.

“어떤 날에는 80달러 치 식사를 하고 가신 손님이 팁으로만 200달러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서비스에 만족하셨다는 겁니다.”

오오하시 사장이 손님에게 가장 듣고 싶다는 말도 “당신을 만나서 좋았다”는 한 마디다. 결국 서비스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기 때문이다.

오오하시 사장은 97년 아버지의 부름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당시 시노부안은 오사카 변두리에 매장 3개를 갖고 있었다. 지금은 기존의 수타 소바집과 튀김덮밥집, 일본주점까지 1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첫 1년간은 카페에서 접시 닦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1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시노부안에 들어올 수 있었죠. 그리고 오사카 최고의 핫 플레이스인 유니버설 시티워크에 입점하게 됐습니다.”

유니버설 시티워크점은 오오하시 사장과 시노부안의 운명을 바꿨다. 작은 지역 수타 소바 체인이었던 시노부안이 오사카 최대 상권에 발을 들인 것이다.

“아버지가 늘 노면 점포를 갖는 게 꿈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셨는데, 제 대에서 그 꿈을 이루게 된 거죠. 내년에는 두바이에 매장을 냅니다. 시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겁니다.”

70년 전 작은 소바가게로 시작한 시노부안이 두바이까지 발을 뻗을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3대 오오하시 사장의 설명이다. 또한 이 꿈을 아버지와 자식만이 아니라 직원들과도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10년 안에 문을 닫을 거라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50년, 100년이 가는 가게를 만들겠다면 꿈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경영 전략이나 마케팅보다 중요한 건 꿈에 대한 믿음입니다.”

오너가 돈을 이야기하면 직원들도 돈을 좇고, 오너가 꿈을 이야기하면 직원들도 그 꿈을 함께 꾼다. 이것이 오오하시 사장의 경영 철학이다.

“나는 아버지의 꿈을 이어받아 그 꿈을 이뤘습니다. 내 꿈은 일본 식문화의 세계 전파입니다. 이 역시 내 대에서 이루지 못하면 4대가 이어받을 것입니다.”

오사카=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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