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생태계의 기적, 운곡습지

입력 2015-07-15 20:37  

원전 건설 계기로 탄생한 운곡습지의 자연 원시림
생태 교육·관광 현장으로 마음 치료의 공간 될 것

조석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seok.cho@khnp.co.kr >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땅 비무장지대는 생태계의 보고다. 60년 이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 보전돼 있다. 비무장지대처럼 원시 자연이 보전됐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다. 전북 고창군에 있는 운곡습지다. 비무장지대가 분단으로 형성됐다면, 운곡습지는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생긴 생태계의 보물 창고다.

운곡습지는 원래 땅이 질척거려 농사나 집짓기에 적당하지 않은 곳이었다. 선조들은 이곳을 계단식 논으로 개간해 산촌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1983년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의 발전용수를 조달하기 위해 운곡댐이 건설되면서 습지 일대 토지를 원자력발전소에서 사들였고, 주민들은 모두 이주했다.

그 뒤 30여년간 운곡습지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자 기적 같은 생태 변화가 이뤄졌다. 멸종위기 1급 동물인 수달이 찾아왔고, 삵과 말똥가리도 보금자리를 틀었다. 가시연과 어리연, 매자기 등 우리 땅에서 사라진 줄 알고 아쉬워했던 식물들도 자생했다. 각시붕어와 참몰개 등 토종 佇疋?돌아왔다. 맹꽁이와 도롱뇽,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와 황조롱이도 운곡습지의 우거진 숲에 와 살았다. 조그마한 산 아래 마을이던 운곡습지에서 사람들이 떠나자 자연이 주인공이 되었고, 생태계 스스로 원시 자연림으로 돌아간 것이다.

운곡습지는 2011년 4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람사르 협약은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습지를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해 각국이 맺은 국제 협약이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한국 습지는 운곡습지를 비롯해 19곳이다. 습지는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이자, 홍수 발생시 댐 역할을 한다. 습지 식물은 산소를 배출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아준다.

운곡습지는 여의도 면적의 약 3분의 2에 이른다. 고창군은 이곳을 생태 교육과 체험, 관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조성해 지역주민 소득 증대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느덧 여름 휴가철이다. 어린 시절 뛰놀았던 때 묻지 않은 자연, 따뜻한 위로를 주는 어머니와 같은 자연, 도심에서는 보지 못할 청정 자연이 몹시 그리운 사람이라면 운곡습지에 한 번 다녀오시라.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게 몸과 마음을 ‘힐링’해주는 소중한 선물을 받고 돌아올 것이다.

조석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seok.cho@khnp.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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