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케네디 지음 / 김규태·박리라 옮김 / 21세기북스 / 548쪽 / 2만8000원
[ 김보영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서양에서 연합군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존재는 독일의 U보트(사진)였다. 카를 되니츠가 이끄는 U보트는 연합군 호송선단을 무차별적으로 격침하며 맹위를 떨쳤다. 연합군의 선적 손실량은 1939년 75만t에서 1940년 390만t, 1942년에는 780만t으로 치솟았다. ‘이리떼’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착실하게 장비를 정밀화하던 U보트의 위력은 추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연합군은 1943년 3월부터 약 2개월간 치러진 대규모 해전에서 기적과도 같은 전세 역전을 이뤄낸다. 승리의 요인은 뭐였을까. 1939~1945년 영국과 미국의 조선소에서 생산한 선박 질량만 4250만t에 달했다. U보트는 연합군의 물량 공세로 어차피 사라질 운명이었을까.
역사를 기술할 때 교과서적으로 사실을 나열하는 ‘세분파’가 한 극단에 있다면 한 가지 요인을 ‘결정적 한방’으로 꼽는 ‘병합파’는 그 대척점에 있다. 폴 케네디 예일대 석좌교수의 시선은 가중치를 반영한 세분파에 가깝다. 핵심 원인을 찾아 단순화하는 시각을 경계하면서도 맥락을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에서 케네디는 U보트 제거와 제공권 장악, 상륙작전 등 2차대전에서 연합군이 맞닥뜨린 다섯 가지 난제를 언급하며 시스템을 통해, 또는 개인의 활약으로 이를 해결한 과정을 그린다.
U보트를 패퇴시킨 것은 영국 버밍엄대 마크 올리펀트 교수의 실험실에서 완성된 공동자전관부터 조니 워커 대령이 이끈 제2 호위선단의 ‘도둑 공격 전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약상이 버무려져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허름한 목조건물에서 수습연구원 존 랜덜과 해리 부트가 완성한 공동자전관은 U보트를 탐지하는 소형 레이더의 원형이 됐다. 워커 대령은 호위선단 함정 한 척만 음파탐지 수·발신기를 켜놓고 다른 함정이 U보트 위로 조용히 몰려드는 작전으로 U보트 20척을 격침했다.
지나치게 깔끔한 서사에는 함정이 있다는 게 케네디의 주장이다. 단순화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지만 세계대전처럼 복잡하게 얽힌 기록을 살펴볼 때는 단순 논리가 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전략과 특정 전투, 개인과 조직이 모두 복합적으로 승리에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저자는 1942년 말부터 1944년 중반까지 약 1년 반에 불과한 기간을 확대경으로 훑는다.
2013년 1월 발간된 저자의 책이 이제야 번역됐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전작인 《강대국의 흥망》이 널리 알려졌다. 원제는 《승리의 엔지니어(Engineers of victory)》다. 케네디가 일컫는 엔지니어는 공학 석·박사 학위를 딴 이공계 전문인력을 뜻하지 않는다. 기술적인 장치와 전략을 써 일을 완수하는 ‘문제 해결사’에 가까운 개념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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