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리처즈 지음 / 송대원 옮김 / 따님 / 328쪽 / 1만3500원
[ 송태형 기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자본주의 생태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정치적·사회적·학문적 이슈로 떠오른 불평등과 빈부격차의 확대, 양극화의 원흉으로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현대 자본주의 질서와 자유방임적 경제정책이 지목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탐욕을 부추기고 장려하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자체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확산됐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디스커버리연구소의 제리 리처즈 연구위원은 《돈, 탐욕, 신(神)》에서 이런 인식과 정반대되는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빈곤과 양극화 문제와 탐욕이 일으킨 병폐를 야기한 원인이 아니라 그런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주장을 대변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각 질문에 내포된 근거 없는 신화와 잘못된 믿음들을 조목조목 파헤친다.
‘자본주의는 불공평한 경쟁을 부추기지 않는가.’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를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냉혹한 경쟁이 펼쳐지는 적자생존의 장으로 생각한다. 저자는 “이는 거래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란 제로섬 게임 신화의 착각에 빠진 것”이라며 “건강한 자본주의는 강자가 약자를 파괴하는 정글의 법칙에 지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법의 지배에 근거한 시장경제에서 힘의 논리는 경쟁자를 앞서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 자유시장의 모든 참여자는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힘을 다한다. 경쟁자보다 소비자를 더 만족시키려는 성실과 창의가 경쟁의 토대다.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것은 자유로운 상호 협력과 의존이다. 스마트폰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자신이 그것의 탄생에 기여한다는 것은 모른 채 관련 없어 보이는 일을 하는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이들의 상호 협력과 의존이 자본주의의 토대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자유시장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머릿속에 그리고 실험하는 기업가의 비전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첫 단계다.
‘내가 부유해지면 누군가는 가난해지지 않는가.’ 저자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깊이 들여다보면 어떤 사람은 부유한데 다른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사실이 아니라 한 사람의 부가 다른 사람의 가난을 가져온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 믿음은 ‘부는 옮겨질 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유물론적 사고에 갇힌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설명한다. 부는 물질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우 ??물질을 어떻게 생각하고 특징짓고 변형시키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창출된다. 질병의 문제가 어떤 사람들은 건강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프다는 것이 아니듯 빈곤의 문제도 어떤 사람들은 부유하고 어떤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게 문제의 전부다. 저자는 “빈곤의 유일한 해결책은 부의 창출”이라며 “부는 법의 지배에 의해 뒷받침되고, 풍요로운 정신문화를 누리는 자유시장 환경에서 우리의 창조적인 자유가 활개를 칠 수 있을 때 창출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본주의가 결코 탐욕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스크루지 같은 수전노나 탐욕스러운 사업가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봉건시대의 전형이다. 기업가는 투자를 위해 먼저 자본을 축적한다. 향락주의자와는 달리 부의 대부분을 소모하지 않고 챙겨둔다.
하지만 수전노와는 달리 모은 것을 꼭꼭 쌓아두는 대신 위험에 내맡긴다. 회의론자와는 달리 자신의 이웃과 파트너, 사회, 고용인, 우주의 보상 논리에 대한 믿음이 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생각하고 신중하게 선택한다.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원의 새로운 창조와 결합 방법을 찾는다. 그는 “이런 기업가의 미덕이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저자는 서두에 “기독교인은 자본주의자가 될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책 전반에 걸쳐 자본주의가 기독교적 세계관과 윤리에 어긋나지 않음을 설파한다. 그는 “성경 구절을 들어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기독교 교리를 오해한 탓”이라며 “우리의 생각을 흐리게 하는 뿌연 안개를 걷어내고 자본주의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추천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시장경제 철학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삶이 기독교 정신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며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홍수를 이루는 요즘 세상에서 자본주의의 미덕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평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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