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성사] 통합 삼성물산, 사실상 지주회사로…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탄력

입력 2015-07-17 18:04   수정 2015-07-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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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뉴 삼성'
(1) 고비 넘긴 지배구조·사업구조 재편

이재용 부회장 최대주주로…그룹 지배력 강화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가치 높이기 숙제 남아



[ 주용석 기자 ] 삼성이 한고비를 넘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를 뿌리쳤다. 이로써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할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하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당초 계획대로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주주가치를 높여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2020년 세전이익 4조원 목표

삼성물산 최치훈·김신 사장과 제일모직 윤주화·김봉영 사장은 17일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통과된 뒤 최고경영자(CEO) 공동메시지를 통해 “이번 합병을 통해 양사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됐다”며 “두 회사의 사업역량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가치를 높여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오는 9월1일 합병한다. 합병회사의 이름은 ‘삼성물산’으로 정해졌다.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삼성그룹 모태기업인 삼성물산의 역사를 감안한 결정이다. 두 회사는 지난 5월 합병을 결의하면서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을 통합 삼성물산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통합 삼성물산은 매출을 작년 33조6000억원에서 2020년엔 60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전이익은 6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통합 삼성물산은 특히 삼성그룹 내 바이오사업을 주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1%를 갖고 삼성의 핵심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사업을 이끌게 된다. 내년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바이오에피스도 손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성장성 높은 바이오사업을 결합하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그룹 지주사의 탄생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의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축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식이다.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 핵심축이 ‘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삼성중공업’과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로 바뀐다. 통합 삼성물산이 사실상 그룹 지주사 위瓚?갖고 제조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지난달 30일 기업설명회에서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라고 말한 이유다.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으로 16.5%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을 모두 합치면 30.4%에 이른다. 3세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가 틀을 갖추게 된다.

반면 삼성물산 지분이 7.12%로 3대 주주인 엘리엇은 통합 회사에선 2.03%로 지분율이 낮아진다.

주주가치 제고는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은 엘리엇과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놨다. 통합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을 작년 기준 21%에서 2020년까지 30%로 늘리고 주주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CEO들도 이날 “합병을 계기로 주주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며 “이미 발표한 주주친화 정책을 차질없이 시행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권익 제고는 물론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 60조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9월1일 출범하는 통합 삼성물산의 5년 뒤 매출 목표. 삼성은 통합 삼성물산의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각각 60조원과 4조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두 회사의 매출 합계인 34조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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