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닝보-저우산에도 추월당해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아시아 물류 허브 홍콩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처리 물동량 면에서 중국 본토의 항구도시 상하이 선전에 밀린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저장성의 닝보-저우산에도 처음으로 뒤처졌다.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에도 홍콩은 중국 본토와 여타 국가를 연결하는 금융 및 물류 허브 기능을 앞세워 경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물류부문에서 중국 본토 도시들에 뒤처지기 시작하면서 홍콩 특유의 경쟁력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콩, 닝보-저우산에 첫 추월당해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 상반기 홍콩항의 화물처리 물동량은 1010만TEU로 집계됐다. TEU란 길이 20피트·높이 8피트·폭 8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해상 운송의 물동량을 재는 단위다. 세계 항구도시 중 상반기에 가장 많은 화물을 처리한 곳은 상하이(1800만TEU)였다. 다음으로 싱가포르(1600만TEU), 중국 남부 광둥성의 대도시 선전(1160만TEU), 중동부 저장성의 닝보-저우산(1050만TEU) 등이 뒤를 이었다. 비록 반기 퓽岵訣嗤?홍콩이 닝보-저우산에 추월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은 2013년에는 연간 처리 물동량에서 선전에 처음으로 뒤졌다.
이번 조사에서 상하이(4.4%) 선전(5.4%) 닝보-저우산(9.1%) 등 중국 본토 주요 항구도시의 처리 물동량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홍콩은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했다.
중국 본토 항구도시 급부상
홍콩은 그동안 중국 본토로 들어가는 화물의 ‘관문’ 역할을 했다. 선진화된 항만 설비와 신속한 통관 절차 때문에 중국 본토로 화물을 실어나르는 대부분의 해운사가 홍콩을 선택했다. 최근 들어 홍콩으로 들어오는 화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제한된 토지 공급으로 인한 화물 보관 공간 부족, 인건비 상승에 따른 항만 이용료 인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SCMP는 분석했다.
허치슨포트홀딩스 모던터미널스 등 홍콩항의 주요 터미널 운영사들은 최근 홍콩시 정부에 항만 배후용지 공급을 70㏊가량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18㏊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아시아계 해운사 관계자는 “항구 서비스 질은 그대로인데 비용은 갈수록 높아져 다른 항구를 이용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홍콩에 인접한 중국 남부 주장삼각주 인근 도시들이 동남아지역으로 공장들이 빠져나가면서 최근 제조업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도 홍콩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처리 물동량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본토 항구들의 부상 때문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중국에 들어오는 상당수 화물이 홍콩에 도착한 뒤 육상 운송으로 전국 각지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상하이 선전 닝보-저우산 등 중국 주요 항구도시의 인프라와 통관 절차가 개선되면서 이들 도시를 홍콩의 대안으로 택하는 해운사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SCMP는 “중국 본토의 부상으로 금융 분야에 이어 물류분야도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홍콩 시민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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