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IPO '한 발 늦은' 한국…글로벌 거래소간 합종연횡서 '열외'

입력 2015-07-19 21:35  

거래소 전쟁서 뒤처진 한국 (상)

중국은 독일과 위안화 거래 플랫폼…일본은 싱가포르와 교차 거래
한국, 공공성에 발목잡혀 '고립'
"사업다각화·업무영역 확대로 해외 거래소와 경쟁해야"



[ 김동욱 기자 ]
독일증권거래소(도이체뵈르제)는 지난 9일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SSE)와 주요 데이터 공동이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5월엔 상하이거래소와 중국금융선물거래소, 독일거래소가 합작회사를 세워 역외 위안화 금융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는 싱가포르거래소(SGX)와 손잡고 내년까지 싱가포르에 파생상품 거래사무소를 설치키로 했다. 싱가포르거래소 지분 5%를 보유한 일본거래소(JPX)도 올 4월부터 싱가포르거래소와 교차거래를 시행하고 있다.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증권시장을 잡기 위해 세계 주요 거래소들이 벌이는 경쟁의 단면이다.

◆아시아 증권시장 각축전

지난해 아시아 증시의 전년 대비 주식거래대금 증가율은 51.5%로 유럽·중동·아프리카(15.6%)와 북남미 증시(9.8%)를 압도했다. 올 1분기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업공개(IPO) 건수는 181건, IPO로 조달한 자금은 117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거래소들로부터 ‘황금 시장’으로 평가받는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거래소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와 합종연횡에 참여하기 위해선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을 갖춰야 하는데 경쟁자들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6년간 공공기관에 편입됐던 탓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 해외 거래소 지분 인수 등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하려고 해도 IPO가 이뤄지지 않아 맞교환할 지분이 전무했고 손에 쥔 투자금도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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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조적으로 세계 주요 거래소는 일찍부터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적극적인 IPO에 나섰다. 도이체뵈르제(1993년)와 싱가포르거래소(1996년)를 시작으로 런던증권거래소(LSE), 뉴욕증권거래소(NYSE), 홍콩거래소(HKEx), 호주거래소(ASX), 일본거래소가 2000~2007년 지주회사 형태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들 대다수가 2000년대 초까지 IPO를 했다. 2013년엔 일본거래소를 마지막으로 주요 거래소 대다수가 IPO를 마쳤다. 지주회사 체제와 IPO를 하지 않은 거래소는 한국거래소를 포함해 인도, 스위스, 터키거래소 등뿐이다.

◆‘자본시장의 갈라파고스’ 벗어나야

글로벌 거래소들이 경쟁적으로 지주회사로 틀을 바꿔 빠른 변신을 거듭함에 따라 2004년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한국 자본시장의 ‘퇴보’와 ‘고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더 이상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인 거래소 지주회사화를 미루거나 IPO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완전 분리된 자회사들이 해외 거래소와의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 사업 다각화 등을 추진하기가 손쉬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가칭 ‘한국거래소지주’를 설립해 거래소를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하고 지주 산하에 코스피거래소, 코스닥거래소, 파생상품거래소 등을 두는 내용의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시카고상업거래소(CME)나 유럽파생상품거래소 등 해외 주요 파생상품시장과 교차상장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세계 주요 거래소와의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정보기술(IT) 인프라 수출도 확대할 방침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그동안 거래소의 지배구조 및 운영구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주사 전환과 IPO를 통한 자본 조달로 사업 다각화 및 업무 영역 확대, 해외 거래소와의 협력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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