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공매도 '단골 타깃' 있다

입력 2015-07-19 21:41  

기관·외국인에 '찍힌' 종목들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주 공매도 '붙박이'
타깃 바뀌지 않고 약세 베팅 일관
공매도 매물벽에 주가 힘 못써…주식 되사는 쇼트커버링도 사라져
"가격 저렴한 대형주 투자 주의"



[ 송형석 기자 ]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이후 주가가 20.11% 하락했다. 지난달 말부터 6조7800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 계획을 밝혔지만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두꺼운 공매도 매물벽이 고비 때마다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5월 이후 삼성중공업 전체 매도액 중 공매도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안팎에 달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약세장에서 공매도 물량이 많아지면 주가 낙폭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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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세력, 대형주 정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선업종 중 삼성중공업(지난 5월 이후 누적 공매도액 3257억원)과 현대중공업(2512억원)이 3개월 연속 공매도액 20위 이내에 포함됐다. 자동차 업종 대표주인 현대자동차(5251억원)와 기아자동차(3327억원), 정보기술(IT)업종 대표인 삼성전자(7196억원), SK하이닉스(4228억원)도 공매도 상위 종목 명단에서 빠진 적이 없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200도 공매도 명단의 단골손님이다. 5월 이후 누적 공매도액이 4788억원에 달한다.

공매도에 시달린 종목 대부분은 주가가 시원치 않다. 악재가 있을 때 공매도 물량이 집중적으로 나와 주가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잠재 부실 문제가 불거진 지난 15일부터 3일간 548억원어치의 삼성중공업 공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중공업에도 숨겨진 부실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를 노린 것이다. 공매도 세력의 전략은 적중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15일과 16일 주식을 사들이며 약보합 수준에서 삼성중공업 주가를 방어했지만 17일엔 매수세가 뚝 끊겨 하루 새 12% 넘게 주가가 빠졌다.

◆주가연계증권 공매도도 기승

전문가들은 공매도 전략을 활용하는 단기 펀드들의 매매 패턴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과거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될 때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매수하는 것)을 통해 차익을 실현했다. 이때 주가는 다시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쇼트커버링 없이 꾸준히 주식을 공매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구간 진입을 노린 공매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증권사들은 ELS를 발행할 때 위험 분산을 위해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투입해 해당 종목 주식을 매수하는데, 손실구간 진입이 확정되면 이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다. 주가가 일단 손실구간에 들어가면 ELS 매물이 주가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다른 ELS까지 손실구간으로 미끄러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런 종목은 공매도 세력의 ‘좋은 먹잇감’이다. 물량이 많은 ELS의 손실구간까지만 주가를 끌어내리면 다른 매물들을 불러 손쉽게 단기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 주가 급락의 원인 중 하나가 종목형 ELS였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해석이다.

서동필 흥국증권 투자전략담당 이사는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된 대형주는 피해가는 게 낫다”며 “쇼트커버링 기대감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대형주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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