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평화유지활동(PKO)은 위험하고도 복잡한 임무다. 인도적 지원, 지뢰 제거, 내전 대비의 예방적 전개활동은 물론 잘 무장된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조직 및 해적의 격퇴, 대량살상무기 통제에 이르기까지 임무가 복잡다양하다. 생명을 잃을 위험성도 매우 높다.
그럼에도 평화유지 활동은 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이를 당연히 참여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PKO 선도국 시민들은 PKO를 의무이자 명분과 실리를 담은 임무로 보고, 국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데 지지를 보낸다. 그렇다면 한국에 PKO는 무엇일까. 한국은 1993년 상록수부대의 소말리아 임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만5000여 장병이 해외파병에 참여했다. 유엔 PKO 분담금도 10위권이다.
그럼에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우리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 하면 전투병 파병엔 인색한 나라, 안전한 지역에서의 재건활동이나 주로 하는 나라로 본다. 실제 우리 군에서 파병 경험이 가장 많은 병과는 의무와 의무행정, 그리고 건설공병이다. 그러니 각급 PKO부대 지휘관 자리는 고사하고, 고위 참모직에 우리 장교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파병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전투병을 필요로 하는 곳엔 이에 걸맞은 부대를 편성, 제때 파병해야 맞다. 전투병 파병은 후일 국가안보를 위한 자산이다. 그래야 유사시 우리가 국제사회를 향해 전투병 파병을 당당하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부처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PKO를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연계·융합시키고 평소 이를 위한 연습과 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KOTRA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컨트롤 타워도 정해야 한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지구촌에서 우리가 지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임무로 평화유지활동만 한 것이 없다. 이는 안보와 통일 준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지금도 세계 15개 지역에서 동명부대, 청해부대 등이 활동 중이다. 특히 해적을 제압해 우리 국민을 구해낸 청해부대 전투원들의 영웅적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파병관련법이 하루 속히 통과되기를 갈망한다.
고성윤 < 군사평론가·前 국방연구원 현안연구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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