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교육청 거르고 교육부 달려간 서울외고…평가 의미있나

입력 2015-07-21 16:20   수정 2015-07-22 07:29

[ 김봉구 기자 ]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특수목적고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서울외고의 청문 절차가 21일 마침내 열렸다. 특목고 운영성과평가에서 기준점에 미달, 지난 4월14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청문 절차에 서울외고가 불응한 뒤 100일 가까이 지나서야 성사됐다.

김강배 교장 등 서울외고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시 학교보건진흥원에서 개최된 청문회에 참석해 평가 결과에 대해 소명하고 개선계획을 설명했다. 앞서 서울외고는 청문 절차를 3차례 보이콧하며 지정취소 됐었다. 교육청의 지정취소 동의를 요청받은 교육부가 청문 재개를 권고, 이번에 추가 청문회가 마련된 것이다.

일단 서울외고가 청문에 응한 이상 구제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목고 평가 점수 자체는 조정되지 않는 만큼 ‘2년 뒤 재평가’ 결정을 받을 것이 유력하다. 일종의 유예 결정이지만 당장 지정취소로 특목고 지위를 잃고 일반고로 전환되는 사태는 면할 수 있다.

물론 교육청이 다시 한 번 서울외고를 지정취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교육부는 서울외고의 지정취소 기한 연장에 이어 학교 측이 보이콧한 청문 기회도 다시 부여할 것을 교육청에 권고했다. 정황상 학교 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

이처럼 한 번 내려진 지정취소 결정을 교육부가 교육청에 되돌려 보낸 사례는 특목고·자율형사립고 운영성과평가 시행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의 과정을 살펴보면 서울외고는 교육부를 타깃으로 삼았다. 교육청은 거르고 교육부에 ‘구명운동’을 했다. 서울교육청의 청문 절차에 모두 불참한 뒤 지난달 초 교육부를 찾아 소명했다. 당시 김강배 교장은 서울외고 학부모들에게 “(교육부의) 지정취소 부동의를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교육청의 영(令)이 안 서게 됐다. 특목고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컸던 데 비해 정작 결과물은 초라한 형국이다.

전날 서울교육청은 자사고 최종 행정처분 결과를 발표했다. 2년에 걸쳐 평가를 받은 총 25곳의 서울 지역 자사고 가운데 일반고 전환 케이스는 자발적으로 자사고 지위를 포기한 미림여고 1개교에 그쳤다. 사실상 자사고 폐지 정책의 성과가 없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자사고 평가와 유사한 취지의 특목고 평가까지 ‘용두사미’에 그친다면 평가 무용론(無用論)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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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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