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고용절벽, 멍드는 청춘, 100번 넘는 낙방….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내용들이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6월 청년 실업률은 10.2%로 16년 만에 최고다.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연장만 된다면 현재 45만명인 청년 실업자 수는 73만명까지 늘 것이라고 한다. 급기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취직이 만만했던 때는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최근 청년 일자리 문제와 관련돼 쏟아지고 있는 담론들을 보면 대체로 이런 상황이 전적으로 기성세대 때문이라는 분위기다. 최 부총리의 사과도 그렇다. 과연 그럴까. 베이비부머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것, 무리를 해서라도 자식을 대학에 보낸 것, 그렇게 해서 대학 진학률을 70%대까지 끌어올린 것 등등이 모두 잘못이어서 젊은이들에게 사죄라도 해야 한다는 것인가. 하긴 “부모세대에는 대학만 나오면 웬만하면 취직이 됐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언제고 취직이 만 맨杉?때는 없었다. 우선 ‘대학만 나오면’이라는 전제부터 잘못됐다. 1980년대까지 대학 진학률은 30%도 안됐다. 당시 대학 가려면 공부도 공부지만 가정 형편이 뒷받침돼야 했다. 그런 상황을 배제한 채 “대학만 나오면 취직이 됐다”며 지금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당시 대학에 못 간 대다수 고졸자들은 요즘 대졸자 못지않게 힘겨운 취업전쟁을 치러야 했다. 직장은커녕 대학도 못 간 것이다. 이들이 요즘 대학생들보다 머리가 나쁘거나 게으른 것도 아니었다. 집이 어려워 취업 전선으로 내몰렸을 뿐이었다. 지금보다 취직이 쉬웠던 때는 소위 386들이 졸업하던 잠깐 동안이었다. 하지만 그들조차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고도 성장기였던 만큼 신규 일자리 수가 훨씬 많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고도성장의 과실은 모두 부모세대가 챙겼고 청년들은 일방적 피해자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다.
요즘 청년실업이 최악이라지만 중소기업 구인난은 여전하다고 한다. 중소기업 직원의 평균 근속기간은 2.4년에 불과하다. 대기업(9.7년)의 4분의 1 정도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몇몇 인기직종에만 몰려드는 까닭이다. 어찌보면 지금의 극심한 구직난은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기 힘들다는 뜻일 수도 있다.
過보호가 캥거루족 양산할수도
2년간 132번 입사지원서를 쓰고서야 대기업 계열사에 취직했다는 청년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의외였던 건 도중에 여유를 갖겠다며 알바로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부분이었다. 세계 22개국 여행 경험이 구직에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불법과외 이외에 변변한 알바라곤 없었고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던 부모세대들은 상상하기 힘든 여유요, 사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청년 고용의 심각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정원 감축이나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은 맞다. 다만 지금 우리 사회가 자녀들에 대한 과잉보호로 청년실업문제를 다소 과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내 자식만은”이라는 생각이 혹시 캥거루족을 양산하고 세대 갈등도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닐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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