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퍼팅으로 약점 극복…페어웨이 안착률도 73%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제패
[ 이관우 기자 ]
골프팬들은 새로운 영웅 탄생을 기다렸다. 타이거 우즈(40·미국)와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가 빠진 허전함을 채우려면 ‘강렬한 자극’이 필요했다. 조던 스피스(22·미국)의 메이저 3연승이나 찢어지게 가난했던 호주 청년 제이슨 데이(28)의 눈물겨운 성공 스토리를 고대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하지만 ‘골프의 성지’ 세인트앤드루스GC는 8년 전 마스터스 챔프 잭 존슨(39·미국)을 제144회 디오픈 우승자로 낙점했다.
존슨은 21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GC 올드코스(파72·7297야드)에서 열린 디오픈 대회 마지막날 버디 8개, 보기 2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 존슨은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마크 레시먼(호주)과 함께 4개홀(1·2·17·18번) 연장전을 치른 끝에 우승컵 ‘클라레 저그’에 입맞춤했다. 2007년 마스터스에 이은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대회 정상 등극이다. 존슨은 “우승할 때까지 참고 또 참았다”고 말했다.
존슨은 인구 6만의 시골인 미국 아이오와시티 출신이다. 그는 밑바닥부터 시작한 입지전적 골퍼다. 4부투어 격인 지역 미니투어는 물론 3부투어(2002년) 2부투어(2003년)를 모두 거쳐 2004년 PGA투어에 발을 내디뎠다.
세계랭킹 51위였던 2007년, 지금의 스피스처럼 당시 3연속 메이저 제패를 노리던 ‘거물’ 우즈를 격침하고 마스터스를 제패했다.
문제는 비거리다. 그는 대표적 ‘짤순이’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80.1야드(164위)에 불과하다. 단점을 메워준 게 정확도다. 그는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궤도가 똑같은 ‘원 플레인 스윙’을 구사한다. 스승인 마이크 밴더로부터 배운 이 스윙의 특징은 몸통과 클럽 헤드가 같이 회전하는 간결한 몸동작이다. 그래서 샷 실수가 적다. 드라이버 정확도(73.42%·3위), 그린적중률(69.06%·32위)이 이를 잘 말해준다.
결정적인 건 퍼팅이다. 특히 어프로치 퍼팅(파를 목표로 홀컵에 붙이는 퍼팅)의 남은 거리가 평균 1피트11인치(약 34㎝)로 이 부문 PGA투어 1위다. 아이언이나 웨지샷이 홀컵을 많이 벗어난다 해도 보기를 좀체 범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4라운드의 평균 퍼팅 수가 27.43개로 5위에 올라 있을 만큼 대회 막판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좋아지는 것도 강점이다. 박원 프로는 “존슨의 우승은 정확성이 골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와 US오픈에 이어 시즌 메이저 3연승을 노리던 스피스는 14언더파로 1타가 모자라 기회를 날렸다. 4퍼트로 더블 보기를 범한 8번홀(파3)이 아쉬웠다. 그는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꿈꾸던 데이와 함께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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