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제자리…기업, 해외로 '투자 피난'…청년실업 16년 만에 최악

입력 2015-07-22 19:37  

4대개혁 '합의의 덫'에 걸린 한국

대책없는 정년연장…임금피크제 없이 연장 땐
기업 115조원 추가 부담…신규 채용 줄일 수밖에 없어

통상임금 등도 '암초'…작년 임금 인상률 전년의 2배↑
노동 구조개혁 안되면 투자·고용·생산 감소 '악순환'



[ 강현우 기자 ]

노·사·정 대화가 결렬된 게 지난 4월8일이었다. 그와 동시에 노동시장 개혁 노력도 멈춰버렸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외쳤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내년부터 대기업 정년이 60세까지 연장되는데도 후속조치는 전무하다. 이런 식이라면 최소 6년간 ‘고용절벽’이 닥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축소로 경제가 저성장의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면서 “아빠 삼촌, 일자리 좀 나눠주세요”라는 외침만 커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정년 늘어 기업 115조원 부담”

내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기업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 기업 부담은 그와 비례해 커진다. 부담은 엄청나다. 현행 임금체계와 고용 규모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총 115조902억원에 이를 것이란 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분석이다. 대기업이 37조1168억원, 중소기업이 77조9734억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부담을 줄이려면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은 심화될 게 뻔하다.

이를 회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임금피크제 도입과 성과가 좋지 않은 종업원에 대한 해고요건 완화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가 지나면 임금이 줄어드는 제도다. 경총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내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18만2339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인건비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청년고용을 늘릴 수 있어서다. 해고요건이 완화되면 기업은 성과가 좋지 않은 종업원을 내보내는 대신 양질의 신입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

현실은 정반대다. 4월 노사정위원회가 결렬된 것도 노동계가 임금피크제 도입과 해고요건 완화를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전망도 어둡다. 정년 연장, 통상임금 강화, 근로시간 단축 등 받아낼 것을 이미 다 받아낸 노동계는 ‘아들과 딸, 조카를 위해 일자리를 나눠 갖자’는 호소에 귀를 닫아버리는 모습이다. 임금피크제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면 노동시장 구조가 악화된다며 총파업에 들어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총파업을 결의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보면 그렇다.

◆“개혁 없인 최소 6년 고용절벽”

이를 감안할 때 쳬曼壙?최소 6년간 대학 졸업생이 대기업·금융권 취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고용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분석했다. 정년 연장에 따라 현재 평균 53세인 대기업·금융권 직원의 은퇴 시기가 6년 이상 미뤄질 것이란 근거에서다.

이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을 계획(대한상공회의소 조사)이다. 10대그룹 대졸 채용 규모는 2012년 3만2440명에서 2013년 3만400명, 지난해 2만9400명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청년실업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청년실업자는 45만여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만명가량 늘었다. 청년실업률은 10.2%로 6월 기준으론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정부는 정년만 연장되고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청년실업자가 73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단 정년 연장만이 아니다. 통상임금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총이 국내 369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 인상률은 8.2%로 2013년(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조차 국내 투자를 꺼리고 있다. 대신 인건비 부담이 작은 해외 투자를 선호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 부담 증가→투자 및 고용 축소→생산 감소→성장률 둔화’라는 악순환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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