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백범(白凡)의 삶을 본받고자

입력 2015-07-22 20:56  

김구 선생 우러르며 '凡中'이란 호 지어
평범함 소중히 여기는 삶의 따스함 되찾고파

조석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seok.cho@khnp.co.kr >



백범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다보니 평생 일본 순사에게 쫓겨 다니며 이름을 여러 번 바꿨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범(白凡)’이라는 호를 지었을 때도 신민회 활동으로 옥고를 치를 때였다.

백범의 ‘흰 백(白)’은 당시 가장 미천한 계층을 상징하는 백정을 뜻하고, ‘무릇 범(凡)’은 평범한 사람을 의미한다. 김구 선생은 신분이 낮고 배움이 적은 평범한 사람들도 배우기만 하면 나라를 바로 세울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 민족이 잘되는 길은 교육을 통해 문화강국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임시정부 활동 전에는 교육에 매진했다.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김구 선생을 존경했다. 백범을 우러르는 마음에서 학창 시절 스스로 지은 호가 ‘범중(凡中)’이다. ‘범(凡)’엔 대범하다는 뜻도 있다. ‘중(中)’은 온 세상의 큰 뿌리다. 범중은 평범하지만 대범한 자세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살아가겠다는 뜻이다. 그 당시 필자는 좀 더 대범해져서 큰 인물이 되고 싶었고, 일상에서 가치를 찾는 평범함을 소중하게 여기는 지혜도 얻고 싶었다.

이른바 ‘7080세대’인 우리 세대 때 한자 혼용에서 한글 전용으로 넘어왔다. 어릴 적 필자도 유림의 맥을 잇는 한 선비의 집을 서당 삼아 고전을 배웠다. 명심보감과 출사표 등을 외웠다. 호를 지은 것도 삶의 지표를 두 글자로 정하기 위해서였다.

세월이 흘러 바쁜 나날 속에서 범중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아왔다. 사춘기 이후 호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고 오직 아내에게만 했다. 우리 가족은 10년 넘게 일반주택에 살고 있는데, 아파트처럼 편리하거나 첨단의 멋은 없어도 작은 마당과 옥상에 나무 심는 재미가 쏠쏠하다. 옥상에 머루나무를 심고 그늘이 생기길 기다리기로 했다. 어느날 그 나무 앞에 ‘범중, 삶의 입김’이라고 새겨진 조그만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삶의 입김이란 나무를 가꾸고 진돗개 두 마리를 기르는 것처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다. 그 팻말에는 호의 뜻과 달리 사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아내의 따끔한 일침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범중’이라는 말이 나의 인격이 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삶의 모습이 되면 좋겠다. 주변 사람에게는 편안함을 주고 인생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조석 <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seok.cho@khnp.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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