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주최…백마고지 방문
참전용사 후손·새터민 등 참석
"같은 민족 싸운 현장 가슴 아파"
[ 강경민 기자 ] 22일 오후 강원 철원군 철원읍 백마고지 전적지. 끝없이 펼쳐진 철조망 너머로 야트막한 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이 언덕은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백마고지. 국군 제9사단이 1952년 10월 중공군의 3개 사단과 총 12차례 전투를 벌여 승리한 곳이다. 이날 이곳을 찾은 새터민 출신 송모씨(28)는 말없이 백마고지와 북녘땅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2012년 탈북해 건국대에 재학 중인 송씨는 “북한에 있을 때도 백마고지 전투 얘기는 수없이 들었다”며 “이 산 하나를 놓고 같은 민족이 피를 흘리며 싸웠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6·25전쟁 정전 협정일(1953년 7월27일) 62주년을 닷새 앞둔 22일 대학생들이 경원선 비무장지대(DMZ) 열차를 타고 분단의 현장을 돌아보며 통일 한국의 꿈을 이야기하는 행사가 열렸다. 31개 대학 85명 학생과 코레일·KB금융지주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행정자치부 주최 ‘DMZ 통일열차 여행’이다. 지난해 8월 개통한 DMZ 통일열차는 서울역과 백마고지역을 잇는 특별열차로, 하루 1회 운행된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통일열차 안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통일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의견을 들었다. ‘반드시 통일이 될 필요가 있느냐’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정 장관은 “통일은 곧 대박”이라며 “통일만 된다면 젊은 세대가 안고 있는 실업난 등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낙후된 북한 인프라 개발을 위해 국내외 투자가 한꺼번에 한국으로 몰릴 수 있어 청년 실업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을 비롯한 일행은 백마고지역에 내려 전적지를 방문, 참배했다. 이어 6사단 수색대대를 방문해 장병과 함께 사병식당에서 식사한 뒤 평화전망대, 노동당사 등 분단의 현장을 둘러봤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으로 한국에서 유학 중인 헬렌 아베베(24)는 “할아버지와 부모님으로부터 간혹 한국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남한과 북한이 가깝게 붙어 있는지 몰랐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새터민 출신으로 고려대 북한학과에 재학 중인 박모씨(20)는 “비무장지대를 실제로 돌아보니 말로만 들었던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꿈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며 “하루빨리 통일이 돼 고향 땅을 밟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장관은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통일을 염원한다고 해도 마음에만 담아두면 국제사회는 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열정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열차 여행에 앞서 정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윤종규 KB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은 DMZ 통일열차 여행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세 기관은 대학생, 청소년, 소외계층 등을 초청해 매월 DMZ 통일열차 여행을 개최할 계획이다.
철원=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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