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석 기자 ]
삼성 직원 상당수는 요즘 넥타이를 매지 않고 반소매 차림으로 출퇴근한다. 재킷도 걸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룹 차원에서 여름철 복장을 간소화하는 ‘쿨 비즈(cool biz)’ 방침에 따른 것이다. 삼성 사장들의 옷차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선 쿨 비즈 차림을 한 최고경영자(CEO)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삼성은 2013년 처음 쿨 비즈를 도입했다. 올해는 지난달 29일부터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쿨 비즈를 장려하고 있다. 기간은 오는 9월4일까지다. 삼성의 이 같은 시도는 임직원들이 상쾌한 기분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근무 여건이 편해야 임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창의적 아이디어도 더 많이 나온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삼성 관계자는 “여름철에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벗으면 체감 온도가 2도가량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에도 휴가철에 직원들의 국내 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극심한 여름 가뭄으로 시들해진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여름휴가를 가급적 일찍 가도록 권장하고 ‘전국 휴양지 사진 콘테스트’도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오는 8월 말까지 휴일에 반바지 차림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휴일에 한해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기로 했다.
청 반바지나 운동복 반바지는 안되고 면 소재 반바지나 정장 반바지만 가능하다. 신발도 샌들이나 슬리퍼는 안되지만 운동화는 괜찮다. 삼성전자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출근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여름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원사업장 등에서 ‘더위 탈출 이벤트’를 열었다. 직원들이 자석 낚싯대로 물고기를 낚으면 잡은 물고기 수에 따라 수박, 아이스크림, 부채 등을 경품으로 지급하는 행사였다.
최근에는 ‘여름휴가 수기’ 공모전도 열고 있다. 지난 7월9일에는 ‘찾아가는 노사협의회’ 이벤트를 진행했다. 노사협의회가 경기 기흥·화성 사업장에서 일하는 부품(DS) 부문 임직원들에게 아이스크림, 스낵류 등을 나눠줬다.
각 사업장에 있는 사내 식당에선 보양식을 선보이고 있다. 물냉면, 비빔냉면, 쫄면, 열무물국수, 냉콩국수 같은 메뉴를 점심에 제공한다. 초복, 중복, 말복에는 삼계탕, 전복소라덮밥, 장어덮밥 등이 메뉴로 나온다.
절전 활동도 펼치고 있다. 여름철 전력 사용이 많은 시간대에 엘리베이터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 준수와 개인 냉방기 사용 자제, 각종 사무기기 전원 끄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절전형 스마트 에어컨 등을 내놓고 소비자들이 전기료 부담 없이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SDI는 여수 사업장에서 직원들에게 하루 두 번 얼음 생수를 지급하고 1주일에 한 번 과일 화채를 제공한다. 이 사업장의 인조 대리석 생산라인은 공정 특성상 현장 온도가 50도에 육박한다. 사업장에 따라 팥빙수, 아이스크림 등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는 2003년부터 낮 기온이 32도가 넘으면 현장 근무 직원에게 시원한 음료를 제공하는 ‘쿨 스트라이크(cool strike)’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급식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웰스토리는 전국 700여개 사업장에서 임직원들에게 삼계탕을 제공한다. 초복, 중복, 말복에 맞춰 약 50만마리의 닭을 준비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말부터 매일 온도를 측정해 28.5도를 넘으면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32.5도를 넘으면 한 시간씩 연장하고 있다. 생산현장에 제빙기 140대와 정수기 450대를 설치해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무더위가 본격화된 요즘은 보양식으로 전복닭다리백숙, 장어구이, 버섯영양밥 등 특식을 주 3회 제공한다. 거제 조선소 식당에선 퇴식구에 식염 포도당과 냉동생수를 비치하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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