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청년 버락 오바마는 케냐 나이로비공항에서 여행가방을 잃어버린 채로 난생처음 이복 여동생과 숙모를 만났다. 이들이 탄 낡은 폭스바겐 ‘비틀’은 고향으로 가던 도중 머플러가 떨어져 나갔다.
그로부터 28년 후 그 청년은 미국 공군 ‘에어포스원’을 타고 24일(현지시간) 다시 부친의 조국을 찾는다. 나이로비공항에서 수도로 향하는 거리에 미국 성조기와 케냐 국기가 일제히 걸리는 등 케냐는 벌써 들썩이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6년 상원의원 시절 케냐를 찾은 적이 있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뒤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케냐를 방문하는 것은 테러 방지와 인권문제,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지만 미 언론은 ‘아버지의 나라’를 찾는다는 상징적인 의미에 더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친은 케냐 공직자 출신이었다. 하와이에서 유학하던 중 미국인 백인여성(두 번째 부인)을 만나 오바마를 낳았다. 그리고 오바마가 두 살 때 부인과 헤어지고 하버드대를 떠나버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열 살 때 딱 한번 부친을 만났다. 일부 가족과 친척이 아직 케냐에 살고 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 ?“오바마 대통령이 사적으로 그의 가족과 친척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부친의 고향인 케냐 서부 코겔로마을은 일정과 경호 등의 문제로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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