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직업 안정성 매력 느껴…수사실습엔 로스쿨생 240명 몰려
경찰 "법조 전문가 수혈…특허분쟁 등 경제범죄 활약"
[ 윤희은 기자 ]
“라이트를 켜고 바닥을 잘 살펴보십시오. 발자국을 발견하면 이 전사테이프부터 붙이면 됩니다. 두 명씩 조를 짜서 지금부터 시작하세요.”
지난 16일 충남 아산시 경찰수사연수원의 모의범죄실습실. 교수의 설명이 끝나자 아파트 거실과 침실, 상점 등으로 꾸며진 실습실을 20여명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모자와 흰색 위생복만 보면 과학수사요원 같지만 이들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이다.
13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이뤄진 경찰수사실습 프로그램에는 고려대 한양대 서울시립대 등 8개 대학에서 51명의 로스쿨 학생이 참가했다. 경찰수사와 실무수업에 대한 로스쿨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찰청이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 로스쿨 학생이 늘면서 이들에게 경찰업무의 특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경찰업무 배우는 로스쿨 학생들
경찰수사실습 프로그램은 과학수사를 체험하는 CSI 실습을 비롯해 거짓말탐지기 체험, 현행범 체포술, 수갑과 장비 실습 등으로 이뤄졌다. 경찰이 일선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240여명의 로스쿨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실습교육에 앞서 이론강의만 들은 학생도 550명에 달한다.
강의를 맡은 박상선 경찰수사연수원 교수는 “나중에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학생들을 위해 경찰수사의 이해도를 높이는 강의를 준비했다”며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집중해 강의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양대 로스쿨 3학년 김병준 씨(26)는 “모든 범죄수사의 출발은 경찰로, 관련 실무를 익혀두면 이후에 어느 곳에 가든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대부분은 로스쿨 졸업 후 경찰에서 일하기를 희망했다. 경북대 로스쿨 2학년인 유지현 씨(33)는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가 매력적이고 안정성도 높아 경찰에서 일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경찰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됐다”고 했다. 경찰청은 이처럼 경찰에 관심을 두는 로스쿨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경찰대에 로스쿨 지원팀을 꾸렸다. 경찰 관계자는 “로펌이나 일반 기업에 취직하는 것보다 공익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며 “‘변호사 2만명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변호사 취업이 갈수록 녹록지 않은 점도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년 변호사 20명, 경감으로 임용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매년 20명씩 변호사 특채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뽑힌 변호사는 경감(공무원 6급)으로 근무한다. 지난해 11월 임용된 경감 특채 1기생은 근무 8개월째에 접어들었고, 올 4월 선발된 2기생 역시 오는 10월 합숙훈련을 마치고 11월께 일선 수사과에 배치된다. 2년 전까지는 ‘사법고시 특채’로 사시 출신만 뽑아 경정(5급) 계급을 부여했다. 특채 지원 자격을 로스쿨 출신까지 개방한 대신 계급은 한 단계 낮춘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 특채는 여전히 인기를 끌어 1기와 2기에 각각 변호사 74명이 지원해 3.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기는 로스쿨 출신이 17명, 사법고시 출신이 3명이었다. 업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일하다 변호사 특채 1기로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에서 일하는 조장신 경감(34)은 “변호사로 일할 때는 ‘왜 내가 이런 사람을 변호해야 하나’ 싶은 일도 많았는데 경찰이 된 뒤에는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급여는 대기업 다닐 때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만족한다”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소송업무를 담당하던 오다은 대전 중부경찰서 수사과 경감은 “변호사는 직업 특성상 한쪽만 편들어야 하지만 경찰은 사건의 실체에 더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다”며 “각종 수당까지 고려하면 급여도 괜찮아 로스쿨 동기들이 부러워한다”고 했다.
김영록 경찰청 인재선발계장은 “변호사 경감 특채는 수사인력 강화라는 목적 아래 법조전문가를 경찰조직에 수혈하기 위한 것”이라며 “1기생 20명이 전원 일선 수사과 경제팀에서 근무하며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 ?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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