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의 데스크 시각] '통일만 바라보는' 건설업계

입력 2015-07-26 20:48  

김철수 건설부동산부장 kcsoo@hankyung.com


정부가 지난 22일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자 주식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은 건 건설주였다. 23~24일 이틀간 현대건설 주가는 16% 급락했다. 대림산업과 GS건설도 각각 15%와 10% 떨어졌다. 면세점 사업 추진과 함께 상승 흐름을 타던 현대산업개발 주가도 8% 넘게 내렸다. 장기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이 모처럼 되살아난 주택시장을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주가 급락을 바라보는 건설업계 내부 시각엔 또 다른 불안감이 깔려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에 빠질 것이란 걱정 때문만이 아니다. 분양 중도금 대출은 새 대책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게 성장 기반이 취약해진 건설업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건설업, 사양산업으로 전락”

“한국 건설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2000년대 들어 건설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낸 대형 건설회사도 거의 없습니다. 믿을 건 통일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한 대형 건설회사 임원은 최근 국내 건설업 현주소를 이같이 설명했다.

건설업 내부를 들여다 보면 성장을 이끌 만한 부문을 찾기 어렵다. 매출 기반이 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2000년 초중반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를 오르내리던 SOC 투자 비율은 2013년 3% 초반으로 떨어졌고 내년엔 2%대로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4대강 사업’은 이제 건설업계 족쇄가 됐다. 국토교통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SOC 사업 추진과정에서)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넘어서려면 직(職)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000년 이후 일본에서 다목적 댐 230여개가 건설되는 동안 한국에선 고작 세 개의 댐이 지어진 이유 중 하나다. ▶본지 6월15일자 A1·3면 참조

산업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국내 건설회사들이 성장 돌파구로 여겼던 해외 사업 성적도 기대 이하다. 2008년 금융위기 뒤 해외 플랜트사업 수주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으나 4~5년 뒤 돌아온 건 대규모 손실이었다. 올 들어선 유가 하락 여파로 수주 텃밭인 중동 공사 발주량마저 급감하고 있다.

이는 기업 실적으로 이어져 도급순위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7% 급감했다. 국내 주택 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어선 상태라 주택부문을 성장 동력으로 삼기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내수 활성화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건설산업 경쟁력 제고엔 민과 관 모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담합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는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 수행 업체에 대한 연이은 담합 징계로 건설업계 운신의 폭은 크게 좁아졌다.

공공발주 공사 수익성이 제로(0)에 가깝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건설업 종합·전문면허 구분, 건설회사의 건축 설계 제한, 임대 사업자의 중개업 제한 등 건설업 내 촘촘한 업역 칸막이도 기술 및 아이디어 융합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를 막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오죽하면 건설 전문기업들이 유통업(현대산업개발) 물류창고업(한라)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을까. 언제 올지 모를 통일에라도 기대를 걸어야 하는 건설업계의 현실이 안타깝다.

김철수 건설부동산부장 kc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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