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석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직업병 피해 근로자에 대한 보상 등을 위해 구성된 민간 조정위원회가 지난 23일 내놓은 조정안이 논란을 빚고 있다.
우선 보상 기준이 산업재해보상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정위는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골수종 등 12개 질환에 대해 업무 연관성을 따지지 않은 채 치료비 전액을 보상하라고 권고했다. 인과관계가 불확실한 데도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산재보상법 취지에 어긋난다.
퇴직 후 잠복기를 최장 14년까지 보장해 보상하라는 조항도 문제다. 근로자가 60세에 은퇴하면 74세까지 보장하라는 것인데, 70대 남성 3분의 1이 암 환자로 조사되는 상황에서 상식 밖의 권고로 평가된다.
조정위가 삼성전자에 1000억원을 출연해 세우라고 권고한 공익법인에 사업장 내부 점검권을 준 것도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정안에 따르면 공익법인 이사회가 추천한 3명 이상의 옴부즈만은 삼성전자 사업장의 주요 정보를 들여다보고 필요하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공익법인 이사진의 전문성도 도마에 올랐다. 조정위는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학교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산업보건학회, 한국안전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등 7개 단체가 각 1명의 이사를 추천하도록 했다. 이 중 반도체 전문 단체는 한 곳도 없다.
공익법인에 사무국과 하부조직까지 갖추고 상근 임직원을 두도록 한 권고는 ‘공익법인이 너무 비대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공정의 현실을 무시한 권고도 포함돼 있다. 조정위는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물질을 무작위로 샘플링해 중대한 유해요인이 있다면 해당 물질을 즉시 사용 정지하도록 삼성전자에 권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에서 유해물질 사용은 불가피하다”며 “문제는 인체에 영향이 없도록 잘 관리하는 것인데 이를 도외시한 발상”이라고 혹평했다.
조정안 도출 과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정위가 지난 6개월간 삼성전자 등 이해 당사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은 것은 세 차례에 불과했다. 그 결과 이들조차 발표 전까지 조정안에 무슨 내용이 담기는지 몰랐다.
삼성전자는 조정안 발표 직후 “그동안 수차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송창호 피해자가족대책위 대표는 “삼성전자가 반대한 내용이 조정안에 포함돼 결과적으로 조정안이 무산되고 보상 절차도 늦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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