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관계·식량 사정 악화
김정은 '공포정치'는 불안요인
[ 워싱턴=박수진 기자 ] 올해 초부터 북한의 경제 상황이 호전되고 일부 주민의 생활 수준도 개선되고 있다는 미국 의회의 평가가 나왔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발간한 ‘북한:미국과의 관계, 핵 외교, 내부 상황’이라는 보고서에서 “2014년부터 북한이 도입한 일련의 개혁정책 효과로 올초부터 북한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향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미 의회조사국이 외부 보고서 등을 인용해 작성했고, 구체적인 성장률 수치도 제시하지 않았지만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공식기관이 북한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의회 보고서는 북한 경제의 회복 요인으로 내부개혁 조치와 대외교역 확대 두 가지를 꼽았다. 공장 관리자에게 임금 수준과 고용·해고 결정권을 주고, 농부들에게 수확의 상당 부분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 생산성 확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노점상 등 지하경제 활동에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북한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에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중국 산업단지가 수십개 들어서 있는 등 양국 간 교역이 활발하고, 북한에서도 그 영향으로 대규모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런 개혁 조치들이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긴 하지만 빈사 상태의 북한 경제를 어느 정도 회복시키는 데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안보가 취약한 상태고,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최대 후견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해진 점, 대규모 숙청 등 ‘공포정치’를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권력 기반을 유지해가고 있는 점 등은 체제 불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김 위원장이 최근 고위 관료 100여명을 숙청한 것과 관련, “숙청을 통해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김정은의 권력체제가 (숙청하지 않으면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상반된 견해를 전했다.
북핵 이슈에 대해서는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과 북한의 비타협적 태도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지속하기에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북한의 핵 능력이 외교뿐 아니라 군사적 옵션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정도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지 않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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