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CRS가 지적한 변화의 각론이다. 도시에선 관리자가 봉급을 정하고 고용과 해고까지 할 수 있게 허용했고, 농부들의 생산 인센티브가 커졌으며, 북·중 국경지대에서는 상업과 교역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초보단계가 형성되면서 경제적 결실로 이어지는 자연스런 성장시스템이 태동한다는 것이다. 고용과 해고까지 허용했다면 대한민국보다 오히려 낫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조치들이 언제든지 철회될 수 있다는 게 북한 리스크다. 하지만 자연발생적 시장인 ‘장마당’이 확대되고, 북 당국이 ‘미공인 소기업’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니 변화의 물결이 조기에 꺾일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기초적인 시장기능 덕에 만성적인 식량부족도 많이 완화됐다는 평가다. 김정은 정권이 장마당 경제에 대한 통제로 되돌아가기도 어렵게 됐다.
지난해 북한이 1.0% 성장했 募?한은의 추정치에도 이런 상황이 반영됐을 것이다. 2009~2010년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성장의 극단적 기아 경제가 2011년부터 4년째 매년 0.8~1.3%의 성장세로 돌아섰다. “서비스업의 증가세 확대가 성장에 기여했다”는 한은의 설명은 장마당이 급팽창한다는 최근의 관찰들과 일치한다.
북한 경제가 조금씩이나마 살아난다는 것은 다행이다. 시장경제의 기제가 작동한 결과라는 점을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이 천지개벽한 사실은 북한도 잘 알 것이다. 극심한 배급망 붕괴가 역설적으로 장마당 경제를 만들어 냈다. 북한이 이제 겨우 자유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원칙 없는 퍼주기가 변화의 맹아를 짓밟을 수도 있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