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7개 모으면 채용 우대합니다

입력 2015-07-28 09:32  


(윤정현 증권부 기자) ‘일본어 좀 하는 초슈퍼사이언 구함’

지난달 온라인 채용정보 사이트 사람인에 올라온 한 회사의 구인게시물의 제목입니다. 눈길을 끄는 제목에 이 회사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살펴봤습니다. 광통신용 모듈 제조가 주력인 이 회사가 당시 모집한 분야는 광모듈 일본영업이었습니다. 자격요건은 일본주재 가능자, 일본어 능통자. 그런데 우대조건에서 다시 한번 웃음이 터집니다. 전기, 전자공학 출신, 광모듈 설계 경험자, 취업보호대상자 등 목록 끝에 ‘드래곤볼 7개 소지자’라고 돼 있습니다. 드래곤볼은 일본의 유명 만화입니다. 7개를 모두 모으면 용신을 소환하여 소원을 말할 수 있죠.

전형절차에서도 일관성이 엿보입니다. 서류전형-면접-사이언 변신-초사이언 변신-드래곤볼 용신 소환-최종합격 순입니다. 제출서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소지자에 한해) 드래곤볼 7개라고 하네요. 지원자의 나이는 물론 전공도 상관없다 합니다.

다소 장난스럽지만 기타 우대사항을 보면 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보다 뚜렷하게 알 수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으로 주위에서 ‘돌+I’ 라는 소리 좀 듣는 창의적인 사람

▶이것 저것 열심히 기웃거리는 오지랖 절정의 열정적인 사람

▶아닌 건 아니라며 대표님 멱살을 잡아서라도 막아설 수 있는 주인의식이 있는 사람

▶나 없으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

▶말이 안되면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라도 어떻게든 의사소통 해보려는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사람

토익 700이상, 관련 분야 전공자, 관련 자격증 소지자 우대…이런 채용공고보다 훨씬 피부에 와닿지 않나요. 재치 넘치고 솔직한 채용공고에 달린 답글들도 열정적입니다. “영어 좀 하는 초슈퍼사이언은 생각 없냐”고 묻기도 하고 “이런 회사 정말 다녀보고 싶다”며 “기계직은 채용하지 않냐”고도 합니다. 한 구직자는 “2년안에 일본어 회화 불가시 자진 퇴사하겠다는 조건으로 입사지원서를 제출해도 될지”를 묻기도 합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봤더니 이번엔 이 회사가 터미테이터를 구하고 있네요. ‘터미네이터(T-800)를 찾습니다’란 제목으로 제조 현장 관리자를 찾는 채용공고가 떠 있습니다. 공정관리와 생산관리, 불량률 관리와 공정개선이 주 업무라고 합니다.

근무 조건에 포함돼 있는 ‘임무(가능자에 한함)’가 재밌습니다.

▶제조현장인 클린룸 곳곳에 침투하는 먼지들을 온몸으로 막아 지켜낼 것

▶제품에 치명적인 정전기가 발생시 재빠르게 몸으로 흡수하여 본인의 에너지로 활용할 것

▶항상 “I'll be back”을 외치고 퇴근하여 모두가 손꼽아 당신의 출근을 기다리게 할 것

이 회사는 오이솔루션이라는 코스닥 상장사입니다. 증권부에 있다보니 수많은 회사와 종목들을 접합니다. 하지만 현재 코스피 상장사는 763개, 코스닥 상장사는 1086개사에 이릅니다. 다 챙겨볼 수는 없지만 인상깊은 구인공고에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한번 찾아봤습니다. 2003년에 설립됐고 상장한지는 불과 1년 5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시가총액은 901억원 코스닥 514위. 주력인 광통신용 모듈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위 회사입니다.

지난해까지는 3년 연속 꾸준히 영업이익이 성장해왔는데 올해는 업황이 그리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난 1분기에 8억원 영업손실을 냈고 주가도 연초 대비 10% 가량 빠졌습니다. 이준희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올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연구개발 비용은 증가하는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하반기엔 업황 개선도 기대한다”고 언급했네요. 초슈퍼사이언과 터미네이터를 채용하는 작지만 강한 회사, 앞으로 또 어떤 인재를 뽑고 어떻게 성장해갈지 지켜보고 싶은 회사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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