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각종 평가기관에서 발표하는 대학 순위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대학평가마다 순위가 오락가락해서다. 국내 대학이 세계 20~30위권에 오르는가 하면 100위 안에 한국 대학은 한 곳도 없는 평가 결과도 나온다.
한경닷컴이 29일 주요 글로벌 대학평가의 최근 순위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포스텍(포항공대) 성균관대 한양대 7곳은 예외 없이 ‘국내 톱10’에 포함됐다. 서강대·경희대·이화여대·서울시립대·경북대·전남대·GIST(광주과학기술원)·가톨릭대는 각 평가에서 상위 10개 대학 명단에 번갈아 이름을 올렸다.
한국 대학들의 해외 성적표는 어땠을까. 서울대는 최근 발표된 세계대학랭킹센터(CWUR) 평가에서 세계 24위를 기록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의 아시아대학평가에선 KAIST가 아시아 3위로 국내 대학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중국 상하이자오퉁대(상해교통대)의 세계대학학술순위(ARWU)에선 한국 대학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 서울대는 30위 안일까 100위 밖일까
올해 CWUR 평가 순위에 대학들 반응은 엇갈렸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일부 대학은 평가 순위를 인용해 PR에 나섰다. 한편에선 “공신성이 떨어지는 평가”란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이번 평가에서 세계 100위 안에 든 서울대나 연세대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CWUR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본부를 뒀으며 지난 2012년부터 대학 순위를 발표해 왔다.
각 대학평가 결과를 뜯어보면 큰 편차를 보였다. 가장 최근에 나온 올해 CWUR 평가 기준 국내 톱10은 서울대(24위) 연세대(98위) 고려대(115위) KAIST(144위) 포스텍(165위) 한양대(192위) 성균관대(211위) 경북대(307위) GIST(310위) 전남대(384위)였다.
하반기에 올해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발표하는 영국 QS와 타임스고등교육(THE)은 앞서 지난달 아시아 순위를 공개했다. QS 평가에선 KAIST가 아시아 3위, THE 평가에선 서울대가 아시아 6위에 올랐다. 두 평가에서 모두 국내 상위 10개 대학이 아시아 60위권에 진입하며 고른 성적을 냈다.
반면 상하이자오퉁대의 작년 ARWU 랭킹에선 한국 대학들이 자존심을 구겼다. 100위 안에 국내 대학은 전무했다. 서울대가 101~150위 구간에 든 게 최고 순위였다. KAIST·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가 201~300위 구간에 위치해 CWUR 평가와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미국 US 뉴스&월드리포트가 작년 발표한 세계대학평가(US 평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100위 내 국내 대학은 서울대(72위)가 유일했다. 고려대(153위) 포스텍(173위) KAIST(179위)가 200위 안에, 연세대(223위)와 성균관대(228위)가 300위 안에 들었다.
액면 그대로 보면 국내 최고 순위의 서울대도 평가에 따라 세계 30위 안과 100위 밖을 오가는 ‘널뛰기 성적’을 거뒀다.
이처럼 순위가 요동치는 것은 평가기관들이 각자 다른 지표를 적용하고 배점도 달리 하기 때문. 대학평가 관계자들은 “평가마다 확정적인 것처럼 대학 순위를 발표하지만 100% 객관적인 평가란 있을 수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 평가 지표·배점 따라 확 바뀌는 순위
대학의 연구력과 평판도 중 어느 쪽에 역점을 두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는 확연히 갈렸다. 정량·정성지표 여부를 비롯해 평가지표 기준을 대학 규모와 상관없이 총량으로 잡느냐, 아니면 비율로 따지느냐도 중요 변수다.
설령 똑같은 지표로 평가한다 해도 순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서의호 한국대학랭킹포럼 대표(포스텍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각 지표의 배점을 조금만 조정해도 순위가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귀띔했다.
CWUR 평가는 설문조사나 대학 제출 자료를 배제하고 정량지표만 본다. △대학 규모 대비 주요 국제상 수상 동문 수 △대학 규모 대비 세계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역임 동문 수 △주요 국제상 수상 연구자 수 등 3개 항목이 25%씩 반영돼 비중이 크다.
이에 비해 QS 평가는 설문 형식의 학계 평가(30%) 배점이 높다. 졸업생 평판(10%)까지 포함하면 평판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종합적 평가가 가능하지만 “인지도 위주 주관적 평가에 그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교원 당 학생 수(20%), 교원 당 논문 수(15%), 논문 당 피인용 수(15%) 등 비율 지표 평가를 병행한다.
당초 QS와 공동으로 평가를 진행한 THE는 2010년부터 분리돼 별도의 대학랭킹을 내놓고 있다. THE 평가는 교육 여건, 연구 실적(규모 및 평판), 논문 당 피인용수 3개 항목 비중이 각 30%씩이다. 연구력이 중요 잣대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총량이 아닌 비율 지표를 적용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같은 연구 중심 강소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이들 기관에 앞서 2003년 최초로 세계대학평가를 시작한 상해교통대 평가는 교수·동문의 노벨상·필즈상 수상 실적, 최상위 논문 피인용 연구자 수, ‘네이처’·‘사이언스’ 학술지 논문 게재 수, 과학인용색인(SCIE)·사회과학인용색인(SSCI) 수록 논문 수 등 6개 학술 지표를 잣대로 순위를 매긴다. 노벨상·필즈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영미권 대학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US 평가의 경우 학술정보서비스기업 톰슨로이터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최근 5년간 각 대학의 연구 실적에 대한 세계적·지역적 평판, 출판물 수, 교수진 논문 인용 횟수와 비율(피인용 상위 10% 기준) 등 4개 항목을 15%씩 반영했다. US 뉴스&월드리포트는 30여년 전부터 미국 국내 대학들에 대한 평가를 해온 데 이어 작년엔 처음으로 세계대학평가 순위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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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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