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경관 자살사건…바로 윗층에서 울린 권총소리를 듣지 못한 까닭은

입력 2015-07-29 13:50   수정 2015-07-29 14:07

(노경목 지식사회부 기자)



지난주 경찰에서는 몇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자신의 권총으로 자살을 한 것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경찰서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황모 경위는 지구대 2층 탈의실에서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건이 자살로 결론 나면서 별다른 추가 취재거리는 없었지만 일선 경찰 기자들은 흔치 않은 사건에 크게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권총 자살이었음에도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황 경위의 시신이 발견된 시점은 오후 2시45분으로 자살한 시점은 점심시간 전후로 추정됩니다. 바로 밑 지구대 사무실에는 여러 명의 경찰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총성을 들었다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점심 시간 이후에도 보이지 않아 찾으러 갔더니 쓰러져 있더라”는 게 동료들의 증언입니다. 대낮 서울 시내 한가운데 지구대에서 권총을 쐈는데 아무도 총성을 듣지 못했습니다.



황 경위가 자살에 사용한 38구경 리볼버는 권총 중에서 총소리가 큰 총기에 속합니다. 38구경보다 총소리가 작은 22구경 리볼버를 귀 보호대 없이 사용했다 이명 등 영구적인 청각손상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는 걸 보면 작지 않은 소리입니다.



같은 권총으로 경찰관이 자살했던 2008년 9월 사건과 비교해도 총소리 자체가 들리지 않았다는 점은 이상합니다. 당시 서울 종로구 세검정검문소에서 근무하던 A경관이 검문소 2층에서 38구경 리볼버로 자살했는데 함께 근무했던 의경들은 ‘뻥’하는 총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차이는 자살 방식에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황 경위는 권총의 총구를 입속에 넣은 채 방아쇠를 당겼다고 합니다. 입속에서 격발이 되며 총성이 입 바깥으로 퍼지지 않은 겁니다. 한 경찰관은 “입이 소음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2008년 자살했던 A경관은 입이 아닌 자신의 목을 겨냥해 권총을 쐈습니다.



입안에 권총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권총 자살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흔히 시도되는 방법입니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총기 자살 실패의 80%가 권총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다른 총기에 비해 파괴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머리에 권총을 쏘면 총알이 두개골을 뚫지 못하거나 대뇌피질을 건드리는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입안에 총을 발사하더라도 총구가 턱 쪽으로 향하는 경우 큰 상처를 입지만 생명은 잃지 않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입안에 총을 발사하는 자살자들은 총을 이로 물거나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다른쪽 손으로 잡아 총구를 고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3년에 한번 꼴로 경찰관의 권총 자살 소식이 전해집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다 총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이다보니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살자들은 하나같이 평소 우울증 등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경찰의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한 정신건강 및 총기 관리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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