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아, 음악으로 자유를 경험하라!

입력 2015-07-31 18:24  

▲ 서울혁신파크가 문을 연 지난 6월26일. 고구마교육음악연구소 림지훈 대표(사진 왼쪽)가 입주단체를 대표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명예입주증을 전달했다.(사진=스튜디오것)
<p>[QOMPASS뉴스=최효명 기자] 2003년 대한민국 젊은 세대들을 흑인 음악의 소울로 흠뻑 빠지게 만든 밴드가 있다. '아소토유니온'이 그것이다. 대표곡 'Think About Chu'를 다시 들으면 "아, 그때 그 노래"하고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 무엇.</p>

<p>림지훈은 당시 '아소토유니온'의 키보드 연주자로 활약했다. 그는 이후 유쾌한 펑크 장르의 밴드 '펑카프릭 부스터'로 활동했고 2012년에는 한국 정통 대중가요인 트로트와 소울·펑크를 연결지은 하몬드 오르간(Hammond Organ) 연주 앨범을 만들었다.</p>

<p>음악가 림지훈은 이후에도 '흑인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다.</p>

<p>그랬던 그가 지금 '교육음악'을 시작했다. 림지훈의 '고구마교육음악연구소'는 음악을 창작하고, 표현하고, 협주하는 교육컨텐츠를 만드는 곳이다. 그?새로운 목표는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해 '자유'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p>

<p>'고구마교육음악연구소'는 다가오는 8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만들어진 서울혁신파크(센터장 정상훈)에 입주한다. 교육 연구자로 변신한 그를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났다.</p>

<p>♦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음악이었다"
-(기자) 뮤지션인 림지훈 대표는 현재 하몬드 오르간(Hammond Organ)이라는 독특한 악기의 연주자로 유명하다.</p>

<p>=(림지훈) 하몬드 오르간이 독특하게 느껴지는 건 지금은 흔히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일상적으로 쓰이던 악기다. 제 삼촌뻘만 해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었을 거다.</p>

<p>원래는 미국의 영세한 교회나 흑인음악에서 많이 쓰였다. 흑인음악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를 자기 만의 방법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관에 의지해서 음악을 표현한 것이다. 제가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p>

<p>하몬드 오르간이 잘 쓰이지 않게 된 이유는 음악을 만들 때 점점 쉽고 편한 과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크고 무거운 악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노트북만 있으면 음악을 할 수 있는 시대이니까. 하몬드 오르간이라는 악기가 점점 사라져가고 전자 음색으로만 남게 되는 것 같아서 아쉽다.</p>

<p>-(기자) 림지훈 대표는 음악계에서 베테랑으로 이름이 나 있다. '고구마교육음악연구소'라는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p>

<p>=(림지훈) 전에는 세상이 점점 좋아질 줄만 알았지 나빠질 거라고 생각은 안 했다. 어떤 문제가 있어도 '이후에는 더 좋아질 거야' 하고 손을 놓고 있駭?</p>

<p>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면 세상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니 답은 '제도와 교육' 두 가지 밖에 없더라.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음악'이었다. 그때부터 '교육음악'이라는 개념을 그리기 시작했다.</p>

<p>때마침 주변 사람들 가운데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살면서 경제 활동도 하고 여가활동도 하는 등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다.</p>

<p>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예술을 통해서 풀고 싶은 거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분명히 있겠다고 생각했다.</p>

<p>-(기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음악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과 연결시켜 보자고 생각한 건가?</p>

<p>=(림지훈) 그렇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음악과 교육이 서로 관계되는 부분이 많아 보였다. '음악은 교육에서 자유로운가? 교육은 음악에서 자유로운가?'라고 고민해 보았고, 각각을 배타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연결점을 찾아내고자 했다.</p>

<p>지금까지 음악을 해오며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듣는 이의 즐거움을 위해서도 열심히 노력해 왔다. 그동안의 활동을 다듬어서 더욱 좋은 쪽으로 힘을 모아보고 싶어서 '교육음악'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p>

<p>♦ "청소년들이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고 사회로 나올 수 있었으면…"
-(기자) 고구마교육음악연구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그리고 교육 분야에서 추구하는 철학이나 신념이 중요한데 고구떡냅걀П맑弩?교육관이랄까, 목표가 궁금하다.</p>

<p>=(림지훈) 고구마교육음악연구소는 교육음악 컨텐츠를 제작하는 단체다. 교육음악이란 기존의 음악교육과 다르게,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음악을 교육재료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p>

<p>교육을 위한 음악, 음악을 통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표현의 도구 익히기', '자유로운 음악 만들기', '협주의 조화 찾기'라는 세 가지 컨텐츠를 준비하고 있다.</p>

<p>무언가를 만들고 표현하며 조화를 찾는 과정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고 사회성을 익히는 과정이다.</p>

<p>요즘 사람들은 일종의 곤경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살고있지 않나. 이런 교육음악 프로그램들로 요즘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사회적인 '곤란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p>

<p>-(기자) 림지훈 대표가 생각하는 사회적인 '곤란함'이란?</p>

<p>=(림지훈) '표현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시대인 것 같다. 자신이 뜻한 바 그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도드라지면 찬사를 받을 수도 있지만, 비난과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깔려있다고 본다.</p>

<p>예술활동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표현 영역인데 연기나 그림, 음악을 할 때 표현하기를 무척 꺼려한다. 불편해 하는 거다.</p>

<p>-(기자) 우리 사회가 여러모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다소 경직된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 문제의식이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있는 것인가?</p>

<p>=(림지훈) 맞다. 교육 컨텐츠에 담길 내용들은 이런 문제의식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느꼈기 때문에, 표현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을 주요 목표로 정했다.</p>

<p>♦ 협주의 조화찾기 "한 사람 연주보다 두 사람, 세 사람 연주가 더 듣기 좋아"
-(기자) 기획의도를 듣고 나니 컨텐츠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보다 구체적으로 소개해준다면?</p>

<p>=(림지훈) 현재 개발 중인 프로그램 중 '협주의 조화찾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간략히 설명하면, 우선 드러머 한 사람의 리듬 연주를 함께 모여 듣는다. 그리고 여러 명의 참가자가 드럼세트를 해체해서 하나씩 나누어 가진다.</p>

<p>각자 맡은 파트를 연주하며 이전의 세트 드럼 연주를 찾아간다. 이때 만족스러운 협연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스스로 찾아가면서 조화로운 협주를 완성해나간다.</p>

<p>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구성원 간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익히고, 각자 리듬에 변화를 주어 스스로 창의성을 표현해 볼 수도 있다.</p>

<p>이 프로그램은 사회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양보와 배려'의 태도는 글보다는 '직관'을 통해 얻어진다는 생각에서 기획되었다.</p>

<p>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조화와 균형을 위해서는 자기의 연주에만 집중하기보다 남의 것을 잘 들어야 한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연주보다는 두 사람, 세 사람의 연주가 더 듣기 좋은 법이니까.</p>

<p>이렇듯 음악은 자연스럽게 교육목적을 이룰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p>

<p>-(기자) 흥미로운 과정이다. 누구나 참여해 보고 싶은 컨텐츠일 것 같다. 이런 컨텐츠를 실행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p>

<p>=(꼰致?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하게 되면, 가장 먼저 강당을 활용해서 음악교실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1차적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 것이다.</p>

<p>프로그램의 첫 대상으로 중고생을 생각한 이유는, 학교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고 사회로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시민대상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p>

<p>♦ "서울혁신파크는 서로 협업하는 심리적인 울타리"
-(기자) 현재 고구마교육음악연구소는 컨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인 것인가?</p>

<p>=(림지훈) 그렇다. 현재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컨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컨텐츠 공급을 위해서는 영업도 중요하기 때문에, 혁신파크 입주를 준비하면서 다른 입주단체들과의 협업도 기대하고 있다.</p>

<p>우리가 개발한 컨텐츠가 잘 알려지기 위해서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업무를 맡겨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입주단체 리스트도 찾아보았다. 다양한 유기적 관계들을 만들어나가고 싶다.</p>

<p>-(기자) 서울혁신파크에서도 입주단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줄 전문가 그룹 '혁신 와이파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도 참여하고 있으니 함께 작전을 짜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그렇다면, 림대표는 혁신파크 내에서 일종의 품앗이를 기대하는 것인가?</p>

<p>=(림지훈) 유무형의 자원을 서로 교환하는 관계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용역과 같은 방식보다는 자치의 원리로 운영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교육 컨텐츠를 제작하니까 교육 이용권을 제공할 수도 있을 痼甄?</p>

<p>-(기자) 입주하는 서울혁신파크에 동료로서 같이 일하고 싶은 입주단체가 있는가?</p>

<p>=(림지훈) 특정한 팀이 있다기보다는 다양한 단체들과 같이 일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면 좋겠다. 연극이나 영화, 미술 등 다른 예술분야의 단체들과 함께 활동을 해보고 싶다. 추구하는 바는 모두 같지 않나.</p>

<p>예를 들어 연주를 할 때 연기자의 마음으로 음을 표현하기도 하는 등 음악에 연극적 요소가 어우러질 수도 있다. 다양한 예술분야의 단체들이 여러가지 가능성을 가지고 함께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p>

<p>-(기자) 고구마교육음악연구소의 컨텐츠를 혁신파크를 매개로 확산시키고 싶은 듯하다. 혁신파크에 들어온 단체들이 각자 품고 있던 꿈을 협업을 통해 잘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파크가 개별공간들의 모임이 아닌 하나의 자치공간으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p>

<p>=(림지훈) 그렇다. 우선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널찍한 공간에 생판 몰랐던 사람들이 적게는 대여섯 개, 많게는 수십 개의 단체로서 서로 만나게 될 텐데, 때로는 섭섭함을 느낄 상황들이 생길 수도 있다.</p>

<p>그 관계들을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혁신센터가 했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신뢰가 쌓여가면 관계들이 조금씩 확장되고 단단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혁신파크는 일종의 심리적인 '울타리'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될 것 같다.</p>

<p>♦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 이것이 중요한 일이고, 누군가 해야되는 일이라는 걸"
-(기자) 살면서 느끼는 여러 '곤란함'을 넘어서는 답을 교육음악을 통해서 찾겠다고 하는 림대표가 혁신파크 운뎬報셈揚?맡게 돼 축하한다. 혁신파크 내에서 고구마교육음악연구소는 3년 뒤 어떤 모습일 것 같은지, 3년 뒤 혁신파크에서의 어느 날을 상상해본다면?</p>

<p>=(림지훈) 하루 앞길도 알 수 없는데.(웃음) 컨텐츠를 개발한 지가 8개월 정도 됐다. 뭐든지 처음이 제일 어렵지 않나. 결과는 잘 안 보이는데 일은 힘들고 고되다.</p>

<p>처음에 해당하는 시간이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는 알 수 없겠지만, 가급적이면 짧아지길 바라고 있다.</p>

<p>고구마교육음악연구소의 활동이 중요한 일이고 누군가 해야되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활동을 해나가며,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이 의미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p>

<p>인터뷰를 진행한 한 시간이 짧다고 느껴질 만큼 그는 자유롭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편하게 말해도 잘 정리해주시겠죠?" 장난기 섞인 부탁은 오히려 푸근한 믿음으로 다가왔다.</p>

<p>어쩌면 그는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대중을 향한 길로 나아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의 '교육음악'은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이 아닌 아래로부터 올라가는 활동이다.</p>

<p>예술가로서 그가 추구하는 행동은 대중에게 음악으로 영감을 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손에 악기를 들려주고 직접 표현하는 즐거움을 느껴보라는 새로운 실험이다. 그의 시도는 늘 그랬듯, 신선하고 유쾌할 것이다.</p>



최효명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기자 hnou@qompa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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