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신동주 "아버지, 한국 롯데 회장도 맡겨"…롯데 "일고의 가치도 없다"

입력 2015-07-31 23:24  

형제간 대립 격화
히든카드 꺼낸 신동주 vs 바뀐 것 없다는 롯데

'봉합' 사실상 물 건너가…주총서 표대결 불가피



[ 백광엽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해임시키라는 육성 파일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인장이 찍힌 지시서가 공개되며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원만한 타협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은 사실상 물건너 갔으며, 표대결을 통한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신동주를 한국 롯데 회장에”

이번 문서 및 육성 파일 공개는 신 전 부회장 측의 히든 카드로 보여진다. 문서는 지난 15일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이틀 만인 17일에 만들어진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글씨를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서명하고 도장도 찍었다는 게 문서를 공개한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문서에는 “차남인 신동빈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녹취 파일은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대화록이다.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과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해임 지시를 확인하는 내용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7일 자신이 이사직에서 해임한 쓰쿠다 사장에게 곧바로 “잘 부탁한다”고 말해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던 정황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내가 말한 것은 (해임 후) 다른 데 가서도 잘하라는 의미”였다는 설명이다.

이어 “신동빈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확인했다. 또 “신동빈이 아버지를 대표이사에서 내려오게 했다”는 신 전 부회장의 언급에 노기 띤 목소리로 “그래도 가만 있을 거냐”라고 말했다.

○롯데 “여전히 효력 의심”

녹취 파일과 직인이 찍힌 지시서 공개로 그간 롯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녹취록에서 신 총괄회장은 뚜렷하고 분명한 육성으로 신 회장을 해임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신 회장을 해임하고 한국 롯데 회장직에도 신 전 부회장을 임명한다는 내용의 지시서도 주목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인장이 찍혀 있다.

한국롯데는 지시서와 녹취록 공개로 달라진 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는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취라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총괄회장님의 의중이 롯데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문서에 대해서도 “상법상 기본적인 절차와 원칙도 따르지 않았고 법적 효력도 없으며 진위여부도 가려지지 않았많퓐?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대립 더 격화…결국 표대결

잇따른 폭로로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양상이다. 극한 감정대립 양상이 짙어지면서 타협으로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여지가 극도로 좁혀졌다는 얘기다.

결국 남은 수순은 주주총회를 통한 표대결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신동빈 회장이 할아버지 제삿날인 31일에도 일본에 체류 중인 점도 그런 배경으로 이해된다.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여 표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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