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방사선으로 조준 치료…'고개숙인 남성' 될 일 없죠

입력 2015-08-01 07:05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전립선암 방사선 치료법

남성 암 중 가장 빠르게 증가
육류 섭취 늘고 운동 부족 탓
암환자 5년동안 69% 늘어…30~40대 환자도 급증세

40대 중반 넘으면 PSA 검사
1년에 두 번 피검사로 조기진단
CT·MRI·초음파보다 효과적…1기 암 진단율 70% 달해

후유증 줄인 브래키세라피
암조직에 방사선 표적 투입…전립선 완전히 제거하지 않아
발기부전·요실금 후유증 줄여



[ 이준혁 기자 ] 전립선암이 중년 남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립선암은 한국 남성 암 중 5위에 올랐다. 문제는 증가 속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010년 3만5688명이던 전립선암 환자(입원·외래환자 포함)는 지난해 6만327명으로 69%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남성 암 증가율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노령화, 붉은색 육류를 즐기는 서구화된 식생활, 운동 부족 등의 영향으로 전립선암의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젊은 층 전립선암 환자도 증가

세계적으로 최근 10년 내 남성 암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 전립선암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남성 암 발생률 1위이며,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위다. 의료계가 전립선암에 긴장하는 이유다.

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암의 발병 추세가 30~40대 등 비교적 젊은 층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하지만 고령층 또는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비교적 치료가 쉬운 암이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양쪽 전립선에 모두 암이 있는 고위험군 전립선암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근접방사선치료(브래키세라피)를 성공시킨 바 있다. 수년 전에는 현재까지 가장 낮은 연령인 34세 남성환자를 대상으로 전립선 수술을 진행하기도 했다. 심평원은 지난해 국내 전립선암 환자 가운데 30대(63명)와 40대(582명) 비중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전립선암의 경우 간단한 혈액검사로 조기 발견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암의)진행 속도가 폐암의 20~25%에 불과할 정도로 늦고, 완치 가능성도 높은 ‘유순한 암’이지만 고위험군(육류·술을 많이 먹는 비만형의 40대 이상 성인남성)이 치료를 방치할 경우 환자의 생존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1기에 비해 4기 전립선암 환자의 평균 수명은 18~36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치료가 어렵다.

특이항원 검사 받아보세요

대부분?암은 초음파, X레이,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전립선은 남성의 방광 바로 아래 깊숙한 곳에 붙어 있는데다 조직이 특수해 초음파나 MRI를 찍어도 암을 조기에 찾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나온 것이 혈액검사를 이용하는 진단법이다.

전립선 특이항원(PSA)은 전립선 상피세포에서 만들어지는 효소다. 이 효소는 전립선에만 있는데, 전립선암이나 전립선비대증이 생기면 혈중 PSA 수치가 올라간다. 최근에는 건강검진 항목에 PSA 검사(비용은 본인 부담)가 포함되면서 전체 전립선암 중에서 1기에 발견되는 전립선암 비율이 70% 안팎까지 높아졌다.

PSA 검사가 전립선암 조기 발견의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전문의들은 “40대 중반이 넘어가거나, 50대 이상 남성은 1~2년에 한 번씩 PSA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비뇨기과를 찾아 혈액을 채취한 뒤 2~3시간 기다리면 된다. 금식할 필요가 없으며, 비용은 본인 부담금 1만~2만원 선이다.

브래키세라피, 발기부전·요실금 줄여

의사들은 전립선암을 ‘자비로운 암’이라 부른다. 암이 늦게 진행되는 데다 환자의 생존율도 다른 암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주요 치료법은 전립선 적출술, 방사선 치료, 호르몬 요법 등이 있다.

전립선을 모두 절제하는 적출술은 전립선에 붙은 정낭(방광 끝부분에 달려 있는, 정자를 생성하는 기관)까지 떼어낸다. 암이 전립선 안에만 국한된 경우 전립선 적출술을 하면 10년 생존 확률이 70~85%에 달할 정도로 높다. 문제는 적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대개 발기부전 증상을 겪거나 정자가 생성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전립선이 없어지니 자연히 소변이 내려가는 기관이 짧아져 요실금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브래키세라피 치료법이다. 요실금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발기부전 증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박 교수는 “브래키세라피는 전립선 조직에 많은 양의 방사선(동위원소 약물)을 투입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암조직이 아닌 주변 조직에는 방사선이 주입되지 않아 요실금·발기부전 등 방사선 합병증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고, 암조직을 사멸시키는 효과가 다른 치료법에 비해 매우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2007년 국내에 도입된 브래키세라피는 현재 분당차병원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만 시행한다. 박 교수는 최근까지 전립선암 환자 300여명에게 브래키세라피를 시행한 결과, 수술 이후 요실금 증상을 보인 환자가 1.6%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발기부전 증상도 환자의 70~80%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적출술에 비해 합병증이 현저하게 줄어든 결과다.

박 교수는 “브래키세라피는 전립선을 완전히 제거하는 적출술에 비해 발기부전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최근 들어 수술을 문의하는 환자가 많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수술 후 8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는 방사선으로 인해 전립선에 가까이 붙어 있는 직장을 굳게 하기 때문에 다소 소변이 불편한 증상이 발생한다”며 “1년 뒤에는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암 수술비용은 전립선 적출술이 대략 250만원(보험 적용) 수준이며,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브래키세라피는 1200만~1300만원 정도다.

박 교수는 전립선암 발병률이 높은 위험군에 대해 “오랫동안 술과 붉은색 육류를 즐기고 불규칙한 식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사람, 특히 비만인 40대 이상 성인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며 “가족 중 전립선암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발병률이 40% 정도로 높아지기 때문에 40대가 넘어가면 혈액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 박동수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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