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혜 기자 ]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에는 ‘노숙인의 법률 자문가’가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노숙인 전담 경찰관으로 근무해온 김태석 경위(사진)다. 법학 박사인 김 경위는 죄를 짓고 피해다니는 전과 노숙인과 상담하며 이들이 죗값을 치르고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고 있다.
주경야독으로 2000년 청주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건국대와 중부대 등에서 형법과 범죄학을 강의한 법률 전문가다. 벌금을 못 내 수배된 노숙인에게 벌금 분할납부 신청 방법을 알려주고 과정 하나하나를 같이 하고 있다.
징역형을 선고받을까 두려워하면서 도망 다니는 노숙인에게는 법의 심판을 받고 정상적인 생활로 되돌아가도록 설득한다. 대신 판결에서 양형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노숙인에게 조언해준다.
노숙인들도 김 경위를 친형처럼 믿고 따른다. 김 경위의 도움으로 벌금 300만원이 100만원으로 감형됐지만 올해 다른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이모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김 경위에게 “형님 죄송합니다. 나와서는 꼭 바르게 살겠습니다”고 편 嗤?보내왔다. 김 경위는 “누군가 자신을 믿고 신경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며 “형을 마치고 나오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구슬리고 때로는 호통도 치며 노숙인을 대한다. 김 경위는 “일로 생각하고 격식을 차리면 노숙인을 이해할 수 없고 계도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틈틈이 시장에서 저렴한 옷을 구입하고 지인들에게 헌 옷을 얻어 지구대 지하에 보관해둔다. 옷이 낡은 노숙인을 지구대에 불러 갈아입히기 위해서다.
그는 “처음에는 악취가 심한 노숙인을 마주하기가 힘들었지만 어느새 정이 들어 동생 대하듯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 경위는 31일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시청·서울노숙인시설협회 등과 개최한 ‘거리노숙인 웹 거버넌스협의회’에서 노숙인 보호와 질서유지 업무 공로로 표창을 받았다. 김 경위는 “노숙인 전담 경찰관으로서 이들을 사회에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 다시 데려오는 것이 목표”라며 “노숙인의 범죄를 예방하고 계도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자활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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