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수출이 안 되는 게 한국만은 아니다. 올 5월까지 세계 10대 수출국가의 수출이 모두 마이너스였고, 이 중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의 수출 감소율은 한국보다 더 컸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그래도 선방한 셈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WTO의 통계를 보면 같은 기간 세계 수출규모는 11.3%, 교역규모는 12.6%나 줄어든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수출의 앞이 보이지 않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중국 성장률 둔화 등 어쩔 수 없는 외부 악재들을 거론하지만, 문제는 나아질 구석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자면서 산업 구조조정도 없 ? 고비용 생산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노동개혁이나 규제개혁도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기업을 응원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의 8월 제조업 업황 전망 BSI가 다소 좋아졌다는 게 고작 70으로 기준(100)에 훨씬 못 미쳤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의 8월 종합경기 역시 90에도 미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3% 성장조차 물 건너가 2%대 중반만 가도 다행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출이 살아나지 않는데 경기가 살아날 리 없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목소리부터 들어보라. 도처에서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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