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대…2030, 중저가폰 찾는다

입력 2015-08-02 18:26  

보조금 차별금지 영향
번호이동 대신 기기변경



[ 전설리 기자 ] 대학원생인 이모씨(28)는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 ‘밴드 플레이’를 구입했다. 휴대폰을 싸게 사기 위해 이동통신사를 바꾸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통신사를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도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휴대폰을 샀다. 이씨는 “중저가 폰이지만 제품 성능이 나쁘지 않은 데다 가격도 싸서 굳이 통신사를 옮길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휴대폰 구매 행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 가입자는 줄어든 반면 통신사를 바꾸지 않고 중저가 실속폰으로 기기변경만 하는 사람은 대폭 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작년 6월 휴대폰을 새로 구매한 20대와 30대 가운데 번호이동을 선택한 비중은 각각 59%, 54%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6월에는 각각 30%, 25%로 급감했다.

단통법 이전에는 과열 경쟁 탓에 이통사들이 타사 가입자를 뺏어오는 번호이동 때 더 많은 보조금을 줬다. 주말 등 특정 시간에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 휴대폰이 공짜로 풀리기도 했다. 가격과 정보에 민감한 20~30대 사이에서 휴대폰을 제값 주고 사면 ‘호구’라고 여기기도 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구매 패턴이 달라진 이유는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등 구매 조건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통신사를 바꿔도 더 나은 혜택을 받을 여지가 줄었다.

이통사들이 장기 가입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SK텔레콤은 가족결합 가입자의 합산 가입 기간에 따라 요금을 최대 50%까지 깎아주는 ‘온가족 할인’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정액 3000원으로 가족결합 가입자의 혜택을 강화한 ‘온가족 행복 플랜’, 인기 제휴사의 할인 혜택을 늘린 ‘내맘대로 멤버십’ 등 장기 가입자 우대 혜택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은 최근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못지않은 중저가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데다 통신사들이 이들 제품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보조금을 주면서 기기변경을 선택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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