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학생들 스스로 만든 '학교 안 약국'

입력 2015-08-03 17:57   수정 2015-10-13 11:36

▲ 부산용수중학교 안에 마련된 '다드림약국'. 쉬는 시간이면 학생과 교사들은 이곳에 들러 자신에게 맞는 '인생의 약'을 처방받는다.(사진=QOMPASS뉴스 강정구 기자)
<p>[QOMPASS뉴스=강정구 기자] 호주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4회 이상 취업관련 행사에 참여했거나 관계기관 등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졸업후 취업이나 진학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5배나 높아진다고 한다.</p>

<p>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설계하고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교육활동인지를 알려주는 결과다.</p>

<p>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중간과 기말고사 등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발표 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교육 정책이다.</p>

<p>따라서 자유학기가 도입된 학생들은 고교 입시에서도 자유학기의 성적은 일절 반영되지 않는다. 자율과정은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 및 체육활동, 선택 프로그램 활동 등으로 채워진다.</p>

<p>지난 2013년 42개 중학교를 시범으로 시작된 자유학기제가 2015년인 올해는 거의 80%에 가까운 중학교로 확대됐다. 2016년에는 전국 3000여개 중학교에 전면 실시될 예정이다.</p>

<p>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중학교는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기업이나 공공단체 등과 손을 잡고 직업체험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p>

<p>부산용수중학교는 '동네 약국' 등 다양한 마을 일터와 협력해 학생들에게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드림 윙(Dream Wing)' 프로젝트가 그것이다.</p>

▲ 부산용수중 '다드림약국'에서 처방중인 약봉지들. 약봉지에는 사랑과 웃음 등 특별한 조제약이 표현돼 있다.(사진=QOMPASS뉴스 강정구 기자)
<p>♦ 약사가 되고 싶은 아이들</p>

<p>"무엇 때문에 약국에 오셨나요?"</p>

<p>"친구랑 말다툼을 했는데 아직 서로 사과를 못 했어요. 마음이 불편하고 학교 오는 게 재미가 없어요."</p>

<p>"아, 그렇군요. 그럼 제가 '용서'와 '사랑'의 약을 처방해 줄게요. 약은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 드시고 3일 분이니까 빠지지 말고 드세요. 선배님. 참, 연락처 남겨주시면 제가 아침, 저녁으로 SNS 문자 드릴게요. 괜찮으시죠?"</p>

<p>1학년 박채림 학생은 3학년 선배에게 하루 두 번 복용하라고 일렀고, 빼 먹지 않도록 문자를 남긴다는 말까지 남겼다. 초코렛과 사탕, 카라멜로 만들어진 '용서'와 '사랑'의 약봉투는 그렇게 처방되어 3학년 김OO 학생에게 전달됐다.</p>

<p>"선생님도 어디 아프세요?"</p>

<p>"스트레스가 많아. 가족 중에 아픈 사람도 있고 요즘 많이 힘드네."</p>

<p>"아… 선생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해요. 저희 때문에 힘드셨죠? 선생님들께서 저희들을 위해서 만들어 주신 기회 꼭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약사의 꿈 이룰게요!"</p>

<p>약사 체험에 나선 김성진 학생은 김정숙 교사에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처방전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p>

<p>'쌤~화이팅! 위로의 약 드세요. 이게 약사의 처방이에요. 김정숙 선생님 몸과 마음의 치유가 필요해요. 걱정 마시고 몸 관리 잘하세요. 오늘 드린 약은 저녁에 드세요. 아침 약은 신속하게 내일 배달해 드립니다. 약사가 처방해 준거니 꼭 복용해야 하는 거 아시죠?'</p>

<p>부산용수중학교 안에 만들어진 '다드림 약국'에선 이렇게 특별한 처방전이 발행되고 있었다. 진짜 약사보다 더 약사 같은 아이들이 따뜻한 문자 메시지로 만들어주는 특효약이다. 10여년 뒤 약사를 꿈꾸는 아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약봉지다.</p>

<p>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최수인 학생도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 성진이의 권유로 약사 체험에 나선 뒤 꿈이 바뀌었다.</p>

<p>"자유학기제는 꿈이 없거나 꿈을 바로 잡지 못한 우리들에게 꿈을 찾는 기간이라고 선생님들께서 말씀해 주셨어요.</p>

<p>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은 꿈이 매일 바뀌어? 사실 1학기에 체험했던 사회복지사가 꿈이었는데 이번 체험을 통해 약사로 또 바뀌었네요.</p>

<p>하지만 이번에 학교에서 약국을 만들고, 준비하며 약사가 된 것처럼 친구, 선배, 선생님들을 마주해 보니 진짜 약사가 되고 싶어졌어요. 약사가 되려면 공부를 아주 잘해야 하겠죠?"</p>

<p>체험을 통해 꿈이 생기고, 그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며 다짐하는 수인이의 모습에서 결연함이 엿보였다.</p>

<p>♦ 학생들이 운영하는 부산용수중 '다드림 약국'</p>

<p>부산용수중학교에 학생들이 운영하는 약국이 처음 들어선 것은 2014년 9월23일이다. 당시 이 학교 1학년 학생이던 김성진(3반), 최수인(3반), 박채림(9반) 학생은 전날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들의 꿈인 약사가 되어보는 첫 날이기 때문이다.</p>

<p>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모아 개국 일주일 전부터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방과 후에 교실에 모인 아이들은 동네마을 어귀에 있는 '이상약국'(부산 화명동 소재) 이선영 약사의 도움을 받아 약봉투를 구매했다.</p>

<p>약봉투에 들어갈 알약이 문제였다. 아픈 환자들의 상처를 치유해줄 약이 시급했다. 아이들은 쉽게 답을 찾아냈다.</p>

<p>'도전'과 '열정', '사랑'과 '인내', '건강' 등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나눠줄 처방전이 준비됐다. 약봉투에 그림을 그리고 내용 적기를 반복했다.</p>

<p>쉽지 않은 준비과정을 거치고 학교 안에서 약사의 꿈을 이루는 날. 세 아이는 들뜬 마음에 약사 가운의 깃을 서로 정리해주며 미래의 모습을 떠올렸다. 설레임이 찾아왔다.</p>

<p>1학년 학생들의 약국 설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閨?김정숙 교사는 진로체험 경험이 있는 선배 학생들을 붙여줬다.</p>

<p>2학년 노유경, 엄제경 학생들은 이날 약사체험에 나선 세 학생들의 창업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도우미로 변신한 선배는 준비과정을 뒷받침하며 자신이 경험했던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떠올렸다.</p>

<p>"3년 내내 자유학기제였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드림 윙(Dream Wing)'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후배들은 우리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 깜짝 놀랐어요. 요즘 애들은 정말 달라요."</p>

<p>열다섯 살 학생이 열네 살 학생을 보고 '요즘 애들' 이라고 부르는 것이 놀라웠다. 중학생들에게 1년이란 시간은 이렇게 빠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p>

<p>그만큼 빨리 성장하는 나이인 셈이다. 부산용수중의 자유학기제도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고 있었다.</p>

<p>♦ '다드림 약국'을 키워낸 '드림 윙' 프로젝트</p>

<p>이 학교 권혜선 교장은 자유학기제를 맞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도전하는 경험을 통해 꿈을 찾고 성장하는 가치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p>

<p>이런 생각을 후배 교사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이크를 직접 잡았다. 진로교사로 나선 김정숙 선생님이 동지가 되어주었다.</p>

<p>두 사람은 함께 마을 곳곳을 찾아다녔다. 진로 체험처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참여를 약속한 업체와 마을기관들을 묶어 '2014 꿈에 날개를 달다' 드림 윙(Dream Wing) 프로젝트를 기획한다.</p>

<p>그렇게 시작된 '드림 윙(Dream Wing)'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실제 꿈을 이뤄주는 부산용수중학교 최고의 행사로 자리 잡았다.</p>

<p>선생님과 학생, 지역 체험처가 하나되어 성진이와 수인이, 채림이의 '다(多)드림(Dream) 약국'이 2014년 9월23일 오후1시 용수중 3층에 위치한 진로활동실에서 탄생했다.</p>

<p>전국 최초로 학교 안에 만들어진 '다드림 약국'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아주 특별한 진단과 처방약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p>

<p>약국을 만들고 싶어 교장실을 찾은 세 명의 학생들을 앉혀놓고 의심반 기대반으로 질문했던 당시를 권교장은 이렇게 기억했다.</p>

<p>"얘들아, 1학기 때 나한테 얘기했던 약국을 학교 안에 만들어 주면 잘할 수 있겠니?"</p>

<p>"네, 교장선생님. 이상약국 약사 선생님한테 많이 배웠고요. 열심히 할게요. 그런데 진짜 약국을 학교 안에 만들 수 있어요?"</p>

<p>권 교장과 김효겸 교감, 김희훈 교무부장(도덕), 김정숙 진로부장 등은 분주하기도 하고, 초조해 했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드림 윙 프로젝트를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 교사들의 회의가 계속됐고 아이들의 창업은 교사들의 믿음 속에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p>

<p>"우리 학교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활동은 자기주도형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 줍시다. 저는 우리 아이들을 믿습니다."</p>

<p>권 교장의 말대로 그랬다. 교사들의 믿음이 작용한 것일까? 약국이 문을 여는 순간 1천여 명의 전교생중 100여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3층 진로활동실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귀여운 1학년 후배들이 약국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달려온 2, 3학년 학생들.</p>

<p>약사가 된 친구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듯, 기웃거리는 1학년 학생들이 특히 많았다. 약사라고 가운을 입고 자리에 앉아 준비하는 3명의 학생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는 선생님들도 이 상황이 놀라울 따름이었다.</p>

<p>♦ 자존감 키워주는 '자기주도형' 자유학기제 정착</p>

<p>성진이와 수인이, 채림이의 '다드림 약국'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부산용수중학교의 자유학기제는 학생의 희망과 선택을 최대한 존중해 운영한다.</p>

<p>진로탐색, 동아리, 예술체육, 선택프로그램의 4개 영역으로 전일제, 반일제, 정시제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p>

<p>자기주도적 진로개발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드림 윙-꿈에 날개를 달다'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자랑거리다.</p>

<p>드림윙 프로그램에는 '다드림 약국' 이외에도 '마스터 쉐프를 소개합니다(요리 솜씨 발표)', '긁적 그림전(애니메이션 작품전)', '과학매직쇼(신기한 과학세계)' 등 다양한 세부 활동이 들어있다.</p>

<p>[미니인터뷰 1] 이선영 부산 이상약국 약사</p>

<p>"꿈을 가지게 된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방법 가르쳐 줄 차례"</p>

<p>-(기자)약국을 아이들에게 개방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p>

<p>=(약사)쉴 새 없이 일하는 좁은 약국 안에서 바쁜 근무시간 중에 학생들의 진로체험을 돕는 것이 쉽지는 않다. 개방되지 않았던 조제실 안의 모습이 어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p>

<p>하지만 아이들에게 약의 조제과정과 복약지도 모습 등을 보여주면서 나 또한 약사의 역할과 직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보람 또한 느꼈다.</p>

<p>-(기자)아이들의 멘토가 됐다. 향후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p>

<p>=(약사)내 자리에서 역할에 충실하다보면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난 용수중학교 아이들이 찾아온다면 약대에 진학하기 위한 방법부터 진학해서 공부하는 법, 약사가 된 후의 진로까지 모두 이야기 해주고 싶다.</p>

<p>멘토라고 하니 부담은 되지만 멘토가 생긴 아이들은 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울 부분이 있으면 적극 돕겠다.</p>

<p>[미니인터뷰 2] 김정숙 부산용수중 진로부장</p>

<p>"체험처도 교실… 올바른 교육활동 되도록 세심한 배려"</p>

<p>-(기자)체험처 선정에 고생이 많았을텐데 어려움은?</p>

<p>=(교사)부산이 큰 도시라도 수도권에 비하면 체험처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p>

<p>교원들의 인맥과 학부모들의 직장, 그리고 단골가게들을 다니며 아이들이 원하는 직업 체험장을 모두 섭외하고 좋은 체험처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보완하고 있다.</p>

<p>또한 검증과 합의가 된 소상공인들도 좋은 체험처로 손색이 없음을 느끼고 있으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p>

<p>-(기자)체험처 선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무엇인가?</p>

<p>=(교사)체험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긴 하다. 하지만 올바른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게 가장 우선이다.</p>

<p>몇 십명 단위로 몰려가서 대충 훑어보고 오는 것은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먼저, 체험에 동참하는 체험처에 원하는 인원을 묻고 그 인원에 맞춰 보내고 있다.</p>

<p>예를 들면 안경사 교육을 하는 안경점은 2~5명 만이 체험이 가능한데 스무명이 가서는 올바른 체험이 진행될 수 없는 것처럼 적절한 인원이 가서 하나라도 더 체험하고, 숙지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적성을 발견하는 것이 부산용수중학교 체험교육의 목표다.</p>



강정구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기자 popote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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