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올 2분기 3조원대 영업손실을 낸 여파로 이 회사 채권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A+’로 우량했던 회사채 신용등급이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직후 투기등급 직전인 ‘BBB0’로 추락하면서 채권값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아직 상환하지 않은 회사채 6종 중 5종의 회사채 시가가 액면가(1만원)를 밑돌고 있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3월 3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대우조선해양7’이다. 3일 현재 이 채권을 산 투자자들이 입은 평가손실액만 274억원이 넘는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도 78억5000만원의 평가손을 보고 있다.
손실도 손실이지만 진짜 투자자들의 화를 돋우는 건 “회사가 채권 발행 전 이런 대규모 적자 위험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양플랜트 사업 관련 누적 손실은 ‘대우조선해양7’ 발행 당시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투자자는커녕 회사채 발행 업무를 대행한 증권사들에도 이런 상황을 전혀 알리 ?않았다. 발행 열흘 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채무증권신고서엔 “해양플랜트 부문 신규 수주가 늘어 상선 부문에서의 실적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며 오히려 사업이 순항하고 있는 것처럼 썼다. 감독당국이 고의 부실은폐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2분기 1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본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보다 한 달 앞선 지난 2월 5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증권신고서를 통해 “지난해 1분기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을 털어냈고 추가 손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대규모 적자를 또 냈고, 이 회사 채권을 산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손실을 안겼다.
한 기관투자가는 “두 조선사가 시장을 속인 거나 다름없다”며 “그 대가는 고스란히 회사가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헌신짝처럼 저버린 만큼 향후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하헌형 증권부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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