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고객 늘리고 고객 맞춤 상품개발 주도
[ 박신영 기자 ] 영업현장과 실무에 강한 ‘실사구시형’ 은행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이후 사령탑에 오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대표적이다.
처음엔 내부 출신으로 마당발에 카리스마까지 갖춘 이순우 전 우리금융 회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외부 출신이지만 금융관료 및 정권 핵심의 지원을 받은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정치권과의 네트워킹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외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윤 회장 겸 행장과 이 행장, 권 행장은 이 같은 우려를 빠르게 지우며 새로운 실사구시형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권에선 “이들 행장은 실무 챙기기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이들 은행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수치를 없애라
권 행장은 지난해 초 취임하자마자 ‘유효고객’ 확보를 강조했다. 그동안 기업은행은 신규 고객 수를 중시했다. 2011~2013년 매년 신규 개인고객 100만명 유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 행장은 신규 고객 확대보다는 월평균 잔액 기준 수신 30만원, 대출 100만원 이상을 6개월 이상 유지하는 ‘유효고객’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런 전략은 성과를 냈다. 2013년 말 503만명이던 유효고객은 지난 6월 말 558만명으로 증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권 행장이 취임한 뒤 보여주기식 숫자가 아니라 경영에 도움이 되는 영업을 강조하면서 은행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기업은행이 나라사랑카드 사업자로 선정된 것도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등 시스템부터 갖춰라
이 행장은 지난해 말 차기 행장으로 결정된 뒤 가장 먼저 은행 내 상품개발팀을 해체했다. 상품개발팀에 있던 40여명의 직원은 모두 개인, 대기업, 중소기업 자산관리(WM)본부로 발령했다.
그가 이처럼 결정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모든 전략적 결정은 결국 고객을 위한 상품 개발로 이어져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이렇게 시스템을 갖춰놓고 수요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계기비행’이라는 말로 곧잘 표현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개발 인력의 현장 배치는 계기비행처럼 수요자가 원할 때 그에 맞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고객을 대 灸遮?게 이 행장의 주문”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단순히 대외홍보용으로 각 기관과 양해각서(MOU)를 맺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기관의 임직원을 고객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올해 들어서만 한국세라믹기술원 성균관대 등을 주거래 기관으로 유치했다.
○‘우문현답’ 정신을 길러라
윤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영업현장 직원을 챙기고 있다. 임원회의 때면 “영업점에서 올라오는 민원에 ‘안 된다’고 답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국민은행이 최근 몇 년 사이 내부 갈등을 겪으며 영업점과 본점 전략부서 사이의 간격이 너무 벌어졌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틈만 나면 ‘경영진만 똑똑하면 은행을 이끌어갈 수 있는 시대도 있었지만 요즘처럼 환경이 급변할 때는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 회장은 또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이른바 ‘우문현답’ 정신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그가 15~20년차 실무팀장들과 정기적으로 회의를 여는 것도 현장 목소리를 더 접하기 위해서다.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이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3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가량 늘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상반기 순이익도 5169억원, 6769억원으로 각각 23.87%, 9.3% 증가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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