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아내 간병' 시장 3선 포기…"국가 지도자 키우려 교장 맡았죠"

입력 2015-08-04 18:20   수정 2015-08-05 06:14

이준원 공주 한일고 교장


[ 김봉구 기자 ] “한일고에는 전국에서 모인 똑똑한 학생들이 있어요. 이런 원석들을 다듬어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교육자로서의 원초적 욕망 같은 거죠.”

올해 3월 취임한 충남 공주 한일고 이준원 교장(사진)의 이력은 독특하다. 10여년 동안 대학 강단에 서다 2006년 공주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40대 젊은 나이로 재선에 성공해 민선 4·5기 공주 시정을 책임졌다.

당시 전국 최연소 시장이었던 그는 현안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운영 회사와 대합실 소유주의 이해다툼으로 수년간 폐쇄됐던 공주 시외버스터미널을 살려낸 게 대표적이다. 2009년 종합터미널로 개편 이전했다. 백제 문화유적의 도시 공주를 살리려면 관문인 터미널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10여차례 주민 대상 공청회를 벌이는 등 강단 있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이 교장은 “지역 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선 버스정류장, 재래시장, 화장장의 ‘3장’을 건드리지 말라는 얘기가 있는데 시장 시절 3장을 다 건드렸다. 얽힌 이해관계가 없는 젊은 시장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웃었다.

3선이 유력시되던 전도유망한 행정가는 그러나 시장 선거를 1년여 앞둔 2013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아내의 위암 투병이 이유였다. 아내를 보살피기 위해 공직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공주 정안면 무성산 자락에 집을 짓고 자리 잡았다. 맑은 공기를 벗 삼아 심신을 다스리자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에게 같은 정안면에 있는 한일고에서 교장직 제의가 왔다. 한일고는 일반고지만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진학 실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명문이다. 전국에서 우수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학교로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학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췄다.

“학교 환경이 급변해 대외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득이 그를 움직였다. 이례적으로 재선 시장이 고교 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공부만 잘하는 학생, 혼자만 잘사는 사람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국가 지도자의 꿈과 그에 걸맞은 자세를 가진 학생이 한일고로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주=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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