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물량 40% 늘려…부가가치 높아 수익 개선
서버업체 등 B2B 기업들과 다양한 사업모델 구축 기대
[ 남윤선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세계 4위 서버 업체인 시스코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지난해보다 40% 이상 더 늘리기로 했다. 최근 데이터 저장용 서버 수요가 늘면서 제품 경쟁력이 뛰어난 삼성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서버 업체 입장에선 ‘대형 고객’이기도 하다. 삼성이 시스코에 메모리를 팔고, 시스코는 삼성에 서버를 판매하는 ‘윈윈 모델’이 구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강화하는 대표적 사례로 시스코를 꼽고 있다.
시스코에 3000억원 추가 공급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지난해 7000억원 규모였던 시스코 공급물량을 올해 1조원 정도로 늘리기로 했다. 올 들어 삼성 최고위층이 한국과 미국에서 시스코 고위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며 추가 공급물량을 확보했다.
공급물량이 늘어난 첫 번째 이유는 삼성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서버용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47%, 28%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20나노 저전력(LP) DDR4 D램과 3차원(3D) 낸드 기반 SSD를 생산하는 등 경쟁사보다 1년 이상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는 모두 최신 제품이어서 PC나 모바일용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최근 PC용 D램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데 삼성의 반도체 실적이 견조한 것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팔아서다.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데이터 저장용 서버 수요가 늘고 덩달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삼성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버 업체들과 윈윈 모델 구축 가능
제품 경쟁력 외에도 서버 업체들이 삼성 메모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삼성의 구매력 때문이다. 삼성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과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 중 하나다. 국내외에 18개의 초대형 반도체 공장을 비롯 전 세계에 수백개의 공장과 사업장을 가지고 있다.
삼성SDI 등 계열사를 합하면 수는 더 늘어난다. 이들 사업장과 공장에는 모두 서버가 들어간다. 당장 2017년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이 완공되면 서버 업체 입장에선 ‘큰 장’이 열리게 된다. 서버 업체들이 삼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이유다.
단순한 교차 구매 말고도 다양한 협업 모델이 가능하다. 이미 시스코와 삼성은 스마트폰용 보안 프로그램인 ‘애니커넥트 포 삼성’을 공동 개발했다. 서버 외에 통신장비를 만들면서 모바일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시스코가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과 손을 잡은 것이다.
더 나아가 삼성SDS의 사업장 정보관리 프로그램과 삼성 메모리가 탑재된 시스코의 서버를 묶어 ‘패키지’로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사업 모델도 구상할 수 있다. 삼성이 다른 서버 업체와도 비슷한 관계를 맺으며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HP, 델, 시스코 등 서버 업체의 최고경영진과 매년 회동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삼성만의 강점이다. 삼성 관계자는 “B2B 경쟁력 강화는 이 부회장의 핵심 전략 중 하나”라며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양한 계열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버 업체 등 B2B 기업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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