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가동 '뚝'…한여름에 남아도는 전기

입력 2015-08-04 18:34  

산업용 전력소비 계속 줄어…전력 예비율 36%로 높아져
전력소비 증가율 6분기째 둔화
철강·반도체 등 공장가동률 ↓…주력 업종 수출에 '경고음'



[ 심성미 기자 ] 한여름인데도 전기가 남아돌고 있다. 경기 침체로 산업용 전력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를 우려하던 2년 전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전력공급 예비율은 36%에 달했다. 전력 예비율이란 전국 발전소에서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 중 사용하지 않은 전력량 비율이다. 추가로 전력을 얼마나 더 공급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달 전력 수요가 가장 많았던 30일의 공급 예비율 역시 17%로 양호했다. 3년 전인 2012년 7월 전력 수요가 최대였던 날(예비율 6%)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2012~2013년엔 정부가 블랙아웃을 피하기 위해 기업의 공장설비를 강제로 멈춰 세우기도 했다.

이같이 전기가 남아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로 산업용 전력 소비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한국전력의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684억4000여만㎾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수출 부진 등으로 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전력 사용량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전력 소비 증가율이 2013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2013년 4분기 산업용 전력 수요는 전년 동기보다 5.5% 늘어났지만 그 이후부터 둔화되기 시작해 지난해 4분기에는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엔 각각 0.9%, 0.7%로 올 들어 전력 소비 증가율은 ‘1%대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메르스로 인한 내수 부진과 수출액 감소 등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철강, 반도체, 섬유산업의 감소 폭이 뚜렷하다. 철강업종의 올 2분기 전력 소비량은 총 120억8000만kWh로 지난해 동기(127억2000만kWh)보다 5% 줄었다.

수익난에 빠진 제철소가 잇달아 철강생산 공장을 폐쇄한 영향이 컸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12월 1조원을 들여 지은 300만t 생산 규모의 당진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1일 190만t 생산 규모의 포항2후판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제철은 포항 공장의 75t 규모 전기로 설비와 60t 규모의 철근 공장 문을 닫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가 지속되면서 한국산 수요가 감소해 국내 공장들이 잇달아 가동을 멈추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업종의 2분기 전력 소비량 역시 지난해보다 2.4% 줄었다. 김화정 산업부 섬유세라믹과장은 “최근 메르스로 인해 야외 소비활동이 둔화되면서 의류 소비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업종의 올 2분기 전력 소비량도 총 95억3000만kWh로 지난해 같은 기간(96억3000만kWh)보다 1.0%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수출을 지탱하는 주력 업종의 전력 소비량이 줄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경고음’일 수 있다”며 “공장 가동률은 수출의 ‘선행 지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들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가 남아도는 데는 정부의 무분별한 발전소 공급도 한몫했다. 블랙아웃 위기를 겪은 뒤 정부는 화력발전소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부랴부랴 추가 설립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전력 과잉공급 현상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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