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롯데그룹 소식에 경쟁사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증시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연말 면세점 대전에서 예상 밖 수혜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겹치면서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발발한 지난 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신세계 주가는 19.81%, 현대백화점 주가는 12.11% 각각 상승했다.
두 회사 주가는 지난 달 들어 롯데그룹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7일까지만 해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데다 메르스로 인한 실적 부진 우려까지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이 기간 신세계 주가는 22.76% 급락했고, 현대백화점도 1.70% 약세를 보였다.
주가는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경영권을 두고 다투기 시작한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전날에는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세계는 전 거래일보다 8.94% 급등했고 현대백화점도 5.74% 올랐다.
이날 오전 10시54분 현재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주가는 ː?7.99%, 4.15%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주가 강세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 특허(라이선스)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월드타워점 재승인에서 롯데가 형제의 난에 따른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에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반사 이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관세청은 다음 달 25일까지 특허 신청을 마감하고 오는 11월 중 특허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2013년 관세법 개정 전까지 기존 면세 매장은 재승인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전에는 큰 하자가 없을 경우 기존 사업자가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5년마다 입찰을 통해 특허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장기화될 조짐이고,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 여론까지 번지면서 상황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존 사업자도 생존을 걸고 준비할 것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결과를 예상하긴 어렵다"면서도 "(롯데가)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경쟁자가 강하게 도전한다면 특허권 방어를 낙관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실적 개선과 하반기 성장 기대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세계는 자회사의 실적 호조가, 현대백화점은 신규 출점 등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세계 자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과 신세계사이먼의 성장이 기업가치를 이끌 전망"이라며 "특히 내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구조적 성장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돼 연결 실적의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주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2분기 실적은 메르스 여파로 부진했지만 3분기 이후 성장성은 확보했다"며 "이달 판교 메가 스토어 오픈과 4분기 동대문 케레스타, 가든파이브 아웃렛 오픈 등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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