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한국에서 시장 경쟁을 할 때 한국인과 같은 처우를 받게 해달라.”(주한 A국 대사관 관계자)
“법률시장 개방을 한국 로펌의 자존심 문제와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주한 B국 대사관 관계자)
지난달 27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회의실. 법무부와 주한 외국대사관 관계자 등이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법무부가 법률시장 최종(3차) 개방을 준비하기 위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이 주제였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이 법안이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어서 유감이라는 뜻을 에둘러 전했다. 당시 외국대사관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들의 눈에 개정안이 어떻게 비쳤는지 알 수 있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됐는지 짚어 봤다. 법무부가 이번 개정안을 준비하며 한쪽 얘기만 일방적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법무부는 지난해 외국법자문사법개정위원회를 꾸리며 한국 로펌 관계자만 위원으로 참여시켰다. 외국 로펌이나 경제단체는 이해 관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배제했다. 입법예고 전 공청회에서 이들을 초청해 의견을 들었지만 듣는 걸로 끝났다. 외국 로펌뿐만 아니라 일부 한국 변 ;永俑?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미리 만들어놓은 초안에서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입법예고 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 등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묵묵부답이었다.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가 몇 가지 지적을 하자 그제서야 일부를 수정했을 뿐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안 처리일정이 촉박해 요청을 반영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도 향후 추가적인 개방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서 진행하겠다”고만 했다. 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이야기한 것들이 전혀 반영이 안 돼 좌절감을 느낀다”며 “법무부의 개정안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서 법률시장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런 불통의 정부를 두고 어떤 외국 로펌이 선뜻 한국에 투자하려고 할까.
양병훈 지식사회부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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