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변방 피지, 남태평양 한류(韓流)기지로 키울 것"

입력 2015-08-05 18:46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 봉사단원 8명 '당찬 각오'

인구 80만명 수련생 600여명
남태평양 12개국의 '큰 형님'
"국제대회 금메달 따게 돕겠다"



[ 김수찬 기자 ]
“피지는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있어 국내에서 친근하지만 대한민국 국기인 태권도 보급 측면에선 여전히 변방입니다. 우리 태권 8총사가 힘을 합쳐 피지를 남태평양지역 태권도 보급의 전진기지로 키우겠습니다.”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총재 김기웅)이 지난달 23일부터 피지의 수도 수바에 파견한 봉사단원 8명의 당찬 각오다. 인구 80만명에 경상남·북도를 합친 규모의 작은 섬나라 피지는 한국과의 먼 거리만큼 태권도 보급이 거의 안 된 곳이다. 한국인 태권도 사범의 파견이 활발하지 않은 탓이 크다. 지금도 단 한 명의 사범이 활동하고 있다. 봉사단원 8명의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는 라상현 피지태권도협회 대표팀 감독이다. 라 감독은 2006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으로 피지에 파견돼 2년간 활동한 뒤 지금은 피지태권도협회 소속 사범으로 逑構?있다.

그는 “이 나라에 처음 파견됐을 때 태권도 수련생이 3명에 불과할 정도로 태권도 불모지였다”며 “지금도 피지태권도협회 사무실은 물론 마땅한 실내 수련장도 없지만 태권도 수련인구가 600명으로 늘어나는 등 꽤 확산됐다”고 말했다.

피지는 그동안 태권도 사범 파견에서 소외됐다. 남태평양의 작은 관광국가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성인 주피지 한국대사는 “피지는 남태평양 12개 국가의 리더 격으로 최근 중국과 인도 총리가 잇달아 방문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피지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좀 더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단원을 보내고 있어 피지에서 한국 이미지와 태권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재단은 2010년 처음으로 4명의 단원을 보낸 데 이어 모두 34명을 파견했다. 올해도 김민재(상지대 태권도학과 4년), 이기민(조선대 태권도학과 3년), 진형호(용인대 태권도학과 4년), 김수남(우석대 태권도학과 2년), 박수진(단국대 태권도학과 4년), 박정민(계산여고 졸업), 배혜민(성신여대 스포츠레저학과 3년), 정우영(가천대 태권도경호학과 1년) 단원 등 8명의 ‘태권청년’이 파견돼 오는 24일까지 활동한다. 이들 단원은 매일 오후 4시부터 5시30분까지, 6시부터 7시까지 두 차례 학생과 일반인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는 피지 군인들을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피지 군인들은 지금까지 합기도만 배웠다. 피지한글학교 교장을 겸임하고 있는 라 사범의 도움을 받아 한글 등 한류문화 확산에도 힘쓸 예정이다.

봉사단원 중 맏형인 김민재 씨는 “피지는 태권도 미개척지”라며 “우선 태권도 인구의 저변을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피지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모세세 피지태권도협회장도 “재단의 봉사단원 파견이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6개월짜리 중기 단원을 좀 더 많이 파견해 이곳에서 태권도 붐을 일으켜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2009년 9월 공식 출범한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은 지난해까지 320개국에 1500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했다. 피지를 비롯해 16개국에 79명의 봉사단원이 활동 중이다.

수바=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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