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고리대금업 번성
[ 나수지 기자 ] 북한에서 개인끼리 돈을 빌려주는 사(私)금융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정부 영향권 밖에 있는 작은 규모의 금융활동이 전당포나 고리대금 형태로 번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북한 사회를 파고든 시장경제 시스템이 암시장의 일종인 ‘장마당’ 등 소비분야를 넘어 금융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사금융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WSJ에 따르면 일부 사금융업자는 이듬해 수확물 중 일정량을 받는 조건으로 농민에게 종자와 비료 구입 자금을 대준다. 사과 등 과일에서 사치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을 외국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상인에게 자금을 대출해주기도 한다. 연 이자율은 50~60% 정도다.
금융업자들이 독자적으로 부동산 가치를 감정해 담보로 잡고 고액을 빌려주기도 한다. 1998년 북한 정권이 아파트 등 사유재산을 일부 인정한 뒤부터다. 약속한 기간 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아파트를 임의처분하는 조건이다. 국가 소속 상인조차 사금융업자로부터 돈을 빌린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WSJ는 북한에 시장경제가 싹튼 것이 1995년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라고 설명했다. ‘고난의 행군’은 자연재해로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 경제 사정이 극히 어려워지자 북한 당국이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며 내놓은 구호다. 당시 생활고를 겪던 북한 주민들은 중국 국경에서 불법 무역을 시작했고, 반입된 물건은 ‘장마당’을 통해 거래됐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