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월 삼성물산 773만주 매입
평균 5만8974원…손실 135억
매수청구 못하는 339만주는
6만3560원 매입…280억대 손실
엘리엇, 대 삼성 공격력 약화
청구가격 놓고 소송 가능성도
[ 임도원/윤정현/남윤선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4.95%에 대해 주식매수를 청구하면서 한국에서의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음달 출범하는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이 0.62%로 대폭 낮아져 새로 통합법인 주식을 매집하지 않는 한 주주대표 소송이나 주주 제안 등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합병 저지를 확신하고 들어온 엘리엇이 예상외의 패배를 당하자 보유 주식을 손절매하고 물러나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엘리엇이 합병 전까지는 삼성물산 주식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데다 합병에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남아 있는 만큼 최종 퇴각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총 평가손실 400억원 넘어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4.95%에 대해 주식매수를 청구한 것은 주가 하락으로 인한 평가손실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엘리엇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삼성물산 주식 773만2779주(지분율 4.95%)는 청구권 행사가격인 5만7234원을 반영하면 총 4426억원어치다. 엘리엇은 지난 2월2일~6월2일 해당 지분을 매입했다. 종가 기준으로 이 기간의 삼성물산 평균 주가는 5만8974원이었다.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한 엘리엇의 예상 손실액은 135억원이다.
엘리엇은 나머지 보유주식 339만3148주(2.17%)는 6월3일 주당 6만3560원에 매입했다. 8월6일 종가 5만5200원을 기준으로 한 평가 손실액은 284억원이다. 주식매수청구에서의 손실액과 합치면 총 평가손실액은 약 420억원에 이른다.
IB업계 일각에선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뒤 주식선물 등을 이용한 헤징으로 미리 수익을 확정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엘리엇처럼 투자경력을 오래 쌓은 헤지펀드는 통상 투자대상 회사의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모두 이익을 얻는 구조를 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엘리엇이 손실을 그대로 떠안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송성엽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삼성물산이 저평가돼 있다며 들어온 헤지펀드가 주가 하락에 대비해 헤징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엘리엇 “모든 대안을 검토 중”
엘리엇이 이대로 물러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엘리엇은 이날 홍보대행사를 통해 “주주로서의 권리와 투자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임시주총 결과 등에 대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추가 소송 가능성을 내비쳤다.
엘리엇은 7월24일 삼성물산 지분 3.1%와 삼성화재, 삼성SDI 지분 각각 1%에 대한 실질주주증명서를 반납했다가 같은달 27일에는 삼성물산 지분 1%에 대해서만 실질주주증명서를 재발급받았다. 상법상 6개월 이상 보유한 1% 이상의 지분에 대해 실질주주증명서를 발급받은 상장사 주주는 △불공정 인수 등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주주제안 △이사·감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 열람 등을 할 수 있다. 엘리엇은 이달 중순께 ‘6개월 이상 보유 자격’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주식매수 청구를 계기로 삼성을 상대로 한 ‘투쟁동력’은 현저히 약화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엘리엇이 남은 삼성물산 지분 2.17%로는 통합 삼성물산 지분 0.62%만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합병 완료 후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합병에 계속 이의를 제기하며 각종 소송을 할 가능성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윤정현/남윤선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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