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4년전 '한국 동빈-일본 동주'로 분리 추진했지만 1조 세금에 무산"

입력 2015-08-06 19:38   수정 2015-08-0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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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분쟁' 뒷얘기

경영에 소극적이던 동주…한국 계열사 지분 사들이며 의욕
해외투자·M&A 등 실패로 작년 12월 홀딩스 대표서 해임

지난달 16일 한일 계열사 대표들
신 총괄회장 해산 지시에도 '신동빈 지지' 충성 서약



[ 백광엽/강영연 기자 ] 롯데가 ‘한국은 신동빈, 일본은 신동주’를 기본으로 한·일 롯데 간 분리 방안을 2011년 추진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7000억~1조원 정도로 추산된 지분정리 과정의 세금이 발목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이후 형제간 물밑 후계경쟁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달 16일 한·일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지지 서약을 끌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4년여 동안 롯데에서 일어난 일을 정통한 관계자들의 설명을 통해 정리했다.

○한·일 계열사 대표들 충성 맹세

지난달 16일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들은 일제히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로 향했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에 선임되며 ‘원 리더’로 결정된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러나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계열사 대표들에게 ‘모임이 취소됐다’는 통보가 왔다. 신격호 총괄회장 비서실의 연락이었다. 혼란에 빠진 대표들에게 잠시 후 ‘그대로 모이라’는 신 회장 측 지시가 또 떨어졌다. 대신 모임 장소는 소공동 본사가 아닌 양평동의 롯데인재개발원으로 변경됐다. 그렇게 40여명의 주요 계열사 대표가 집결한 자리에서 ‘신동빈 지지’ 결의서가 만들어졌다. ‘합법적으로 경영권을 이어받은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도약을 이끌자’는 내용의 결의서에 사인도 했다.

대부분 사장들은 ‘합법적으로’라는 문구를 보고 심상찮은 기류를 처음으로 감지했다. 사장단의 ‘충성 서약’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4일 공개적으로 재연됐다.

양평동 모임이 있었던 지난달 16일 일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신 회장이 일본 내 롯데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소집했고, 신 총괄회장 측에서 해산지시를 내렸지만 강행됐다.

언론을 통해 경영권 분쟁 사실이 전해진 시점(7월28일)보다도 10여일 앞서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잇단 폭로전으로 대응했지만,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일 롯데 계열 분리’ 중단 분쟁 불씨

2011년 한·일 롯데 분리작업이 시도됐으나 무산됐다. 2011년은 신 회장이 롯데그룹 회장에 오르고 당시 신격호 회장은 총괄회장이 된 해다. ‘한국은 신동빈, 일본은 신동주, 면세점은 신영자’의 구도 아래 진행됐지만 7000억~1조원으로 추정된 세금이 문제였다는 후문이다. 어떤 회사를 어떻게 나눌지 구체적인 대목에서 형제·자매간 의견차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 총괄회장이 결단을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은퇴하고, 두 아들과 핵심참모들로 회장단을 재구성하는 데 신격호 회장이 반대하는 바람에 ‘총괄회장’이란 이름을 어렵게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분리추진안 중단 후 물밑 경쟁이 본격화됐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일본 롯데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신 전 부회장이 4~5년 전부터 경영성과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재미동포 사업가인 장인 측으로부터 이런저런 조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일부 롯데 계열사 지분도 사들였다. 하지만 의욕과는 달리 해외투자와 인수합병(M&A)에서 부진했다. 이어 7억엔 규모의 벤처투자에 실패하자 신 총괄회장은 작년 12월26일 장남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해임했다.

○신동빈 회장의 승기, 지속될까

이후 무게 중심은 급속히 신 회장 쪽으로 쏠렸다. 장남은 올 3월 롯데건설 이사에서 해임되는 등 한국에서의 영향력도 급속히 쇠퇴했다. 반면 차남은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이사회를 장악했다.

그러나 6월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신선호 일본산사스 사장 등이 신 전 부회장 측을 지원하면서부터다.

차남이 추진한 중국사업 적자가 1조원에 달한다는 장남 측의 주장에 신 총괄회장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적자사업을 보고 없이 추진했다’며 격노한 신 총괄회장과 ‘계속 보고했고 몇 년 지나면 좋아질 것’이란 신 회장의 생각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실력행사 국면으로 치달았다.

힘의 우위는 일단 신 회장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신 회장은 6월30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대주주 ‘L투자회사’ 이사회를 장악했다. 보름 뒤인 7월15일에는 신 회장이 대표로 선임되면서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확보했다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백광엽/강영연 기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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