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회장 동의 없었다면 법적 다툼 벌어질 수도
[ 유승호/서정환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롯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L투자회사가 한·일 롯데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일본 법무성이 발급한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 회장은 12개 L투자회사 중 10개사(1, 2, 4, 5, 7, 8, 9, 10, 11, 12)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3, 6투자회사는 등기부등본 열람 및 발급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전까지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L투자회사의 대표를 나눠 맡고 있었다.
신 회장이 새로 대표가 되면서 1, 2, 7, 8, 9, 10, 11, 12투자회사는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2인 대표 체제가 됐다. 쓰쿠다 사장은 L투자회사 대표 자리에서 해임됐다. 신 회장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2, 4, 5, 7, 8, 9, 10, 11투자회사의 이사 또는 대표이사였지만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사이 해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 ?측근 인사들도 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고바야시 마사모토 롯데캐피탈 대표이사 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 아라카와 나오유키 롯데홀딩스 이사, 가와이 가쓰미 롯데홀딩스 상무, 고초 에이치 일본 롯데상사 영업본부장 등이다.
이들은 신 총괄회장이 지난달 27일 신 전 부회장 등과 일본으로 출국해 해임을 지시한 인사들이다. 신 회장은 바로 다음날 신 총괄회장의 지시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신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신 회장이 L투자회사 대표로 취임한 날짜는 지난 6월30일로 돼 있다. 이날은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재계에선 이날 롯데홀딩스 주총과 L투자회사의 주총 및 이사회가 연달아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이어 지난달 15일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불과 15일 만에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장악한 것이다.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실질적인 대주주다. 단일 주주로는 롯데홀딩스(19.07%)가 최대 주주지만, L제1~12 투자회사의 호텔롯데 지분을 합치면 72.65%에 이른다. 따라서 재계에선 신 회장이 L투자회사 대표이사가 되면서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L투자회사의 지분 구조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내 한 대형로펌의 일본 전문 변호사는 “대표이사가 된 것과 지분 소유 관계는 별개”라며 “이사와 대표이사 선임을 위해선 주주총회 및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어느 정도 우호세력을 확보한 것으로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L투자회사의 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의 동의가 있었는지도 변수다. 만약 신 총괄회장 동의가 없었다면 신 전 부회장 측이 반발할 가능성이 커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가 된 것에 대해서도 “아버지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유승호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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