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쿠웨이트·UAE 등
중동 고위공무원·청소년 교육
맞춤형 현장교육 프로그램
지난해 400만弗 수주
누적교육 인원 700명 달해
엔지니어 등 중동취업 돕기도
[ 김낙훈 기자 ]
대원어드바이저리(대표 이현주·45)는 중동지역 고위 공무원과 차세대 리더를 교육하는 회사다. 지난해 약 400만달러를 수주한 이 회사는 ‘서비스수출’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서울 행당동 한양대. 무더운 날씨 속에서 검은 히잡을 쓴 중동 대학생들이 본관 옆 대학원 건물로 들어섰다. 이들은 아부다비 왕세자실이 선정한 ‘아랍에리미트 청년대사(UAE Youth Ambassasdors)’들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중동 사람들이 한국에서 교육받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이들 중 압딜아지즈 일자아비씨(20·칼리파대 기계공학과)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한 뒤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보였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다. 처음에는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왔고, 두 번째는 ‘아랍에리미트 청년대사 프로그램’의 기초반, 이번엔 고급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내한했다.
이번에 방한한 아랍에리미트 청년대사는 24명이다. 7월25일부터 8월20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국 전문가가 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이 프로그램은 ‘포스트오일 시대’에 대비해 차세대 리더와 지역전문가를 양성하는 제도다. 아랍에리미트가 이 프로그램 참가자를 매년 한국에 파견하는 것은 자국의 미래 성장전략 수립에 한국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이다.
이 행사의 국내 주관기관인 대원어드바이저리의 이현주 대표는 “메르스 사태로 6월 초부터 중동의 한국벤치마킹 사절단 방한이 전면 중단됐으나 이번 아부다비 왕세자실의 UAE 청년대사 과정을 시작으로 중동 주요기관의 방한이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어 연수 △KAIST 포스코 SK에너지 현대자동차 공군사관학교 등 국내 주요 기관 방문 △한국민속촌 비무장지대(DMZ) 전쟁기념관 방문 등 역사·문화 체험 △한국전력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기업 인턴십 등과 같은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고 있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서울 강남을), 권태균 전 주아랍에미리트대사 등으로부터 강의도 들었다.
이 대표는 “아랍에미리트는 그동안 차세대 리더의 교육을 미국 유럽에서 주로 실시했으나 동양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고 특히 한국을 중시하면서 이 과정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부다비 왕세자실이 2012년 한국 과정을 시작으로 2013년 중국, 2014년 독일에 이런 과정을 연 것은 한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아직 일본 연수는 시작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교육을 통해 외화 획득은 물론 중동 차세대 지도자를 한국 팬으로 만드는 민간외교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이런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은 자신의 경력과 관련이 있다.
이 대표는 미국 버클리대에서 미국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동아시아학 석사를 받았다.1998년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 행정사무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뒤 기획재정부 등의 공무원 생활을 거쳐 2004년 미국 워싱턴DC의 국제금융연합회에서 고위직 연수개발프로그램 초대 매니저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금융회사 종사자들을 뉴욕 월가로 데려가 최고경영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맡았다”며 “이때 미국 월가 금융회사의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에 대한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현장 경험들은 중동 고위직을 대상으로 교육컨설팅을 제공하는 밑거름이 됐다. 2008년 우리투자증권으로 옮긴 이 대표는 중동시장 개척을 담당하는 이사로 재직하며 중동지역과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는 2011년 독립해 중동지역 고위관리와 차세대 리더 교육컨설팅을 시작했다. 그는 “중동의 고위 공무원과 기업체 간부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하버드 인시아드 IMD 등 미국 및 유럽의 최고 수준 경영대학원에서 연수를 받았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고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들 나라에 대한 還?부쩍 늘어난 상태”라고 비즈니스 배경을 설명했다.
중동지역의 교육 발주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아부다비 왕세자실처럼 힘있는 기관은 직접 교육수행기관을 지정하고 교육 대상자도 선발한다. 또 하나는 국영회사나 공공기관처럼 공개입찰을 실시하는 것이다. 지난 5월 말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NPC)로부터 58만달러 규모의 ‘차세대 리더 양성과정’을 수주한 것은 후자의 예다. 이런 입찰에는 대개 ‘글로벌 톱10’에 드는 경영대학원들이 응찰한다.
이 대표는 “세계적인 경영대학원과 경쟁해 우리 회사가 수주한 것은 중동 현지의 수요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은 우리 대학원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니 참가하라는 식이지만 우리는 해당 기업과 기관의 교육 목표와 교육 대상자를 면밀히 분석해 프로그램을 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산업과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는 데 도움이 됐다”며 “커리큘럼을 구성할 때도 일방적인 집체식 강의는 최소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기업 방문과 지방자치단체의 앞선 행정 현장, 장관급 전·현직 고위 관료의 경제정책 경험담 등 현장 방문과 스토리가 있는 토론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KNPC는 차세대 리더로 58명의 부서장을 선정해 우리에게 리더십 교육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주요국 정부와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국식 리더양성’ 교육을 하고 있는 이 대표는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으로 교육받은 연수생은 700명이 넘는다”며 “지난해 중동 연수과정으로 수주한 액수는 약 400만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회사인 DW커리어를 통해 한국의 고급 인력을 중동에 진출시키는 일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의 중동 취업은 주로 항공기 승무원이나 호텔 직원들이었다”며 “2012년 경력직 엔지니어 취업을 계기로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의 의료진 진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인재 양성교육과 고급인력 해외 취업알선 모두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이 대표는 “외국인 인재 대상 교육은 서비스 무역의 중요한 사례”라며 “글로벌 교육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이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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