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은 이날 재벌닷컴을 인용해 한국에서 거대 재벌기업 40곳 가운데 18개 기업에서 경영권 승계 분쟁이 발생했다면서 최근 롯데그룹의 진흙탕 경영권 분쟁을 자세히 소개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현대그룹을 세 갈래로 쪼갠 '왕자의 난'을 가장 극심했던 분쟁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지분을 더 얻으려는 형제들로부터의 소송에 대응한 바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이지수 변호사는 WSJ을 통해 "한국에서 대기업은 군주제이며 회장직은 왕권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한국인들이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에 익숙하다면서도 이것만큼 관심을 사로잡는 것도 없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롯데그룹의 경우 일본기업인지 한국기업인지의 문제가 많은 관심을 받았고, 재벌 내에서 보통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들 간의 관계가 드러나게 됐다고 꼬집었다.
WSJ은 또 족벌기업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대거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10억달러(1조1680억원)가 넘고 가족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이른바 족벌기업의 76%가 아시아에 몰려 있어 이는 북미의 6%와 큰 차이를 보인다.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는 13%, 중남미는 5%를 보였다.
홍콩중문대학교의 조지프 판 금융학 교수는 아시아 국가에서 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부 기업들이 신뢰를 심어줬지만, 부패 수준이 상당하고 취약한 수준의 법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나이를 중시하는 문화와 함께 경영권 교체에 관한 확실한 체계가 없어 80대나 90대까지도 회장직을 유지하는 일이 흔하다.
아시아 최고 부호로 꼽히는 87세의 홍콩의 리카싱 회장이나 스즈키 자동차의 85세 스즈키 오사무(鈴木修) 최고경영자(CEO), 홍콩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93세) 등이 대표적이다.
판 교수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은 기업 가치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의 재벌기업 약 200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경영권 이양이 이뤄지는 몇 해 사이에 이 기업들의 가치가 평균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지난 6일까지 롯데그룹주의 시가총액은 5일새 2조원이 증발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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