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태/전예진 기자 ] 북한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오는 15일부터 표준시간을 30분 늦춘다. 이에 따라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으로 올라갈 때는 시계를 30분 늦추고, 남쪽으로 내려올 때는 30분 앞당겨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7일 “동경 127도30분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현재의 시간보다 30분 늦은 시간)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표준시간으로 정하고 평양시간으로 명명한다”며 “평양시간은 주체104(2015년) 8월15일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이 오후 1시일 때 평양은 12시30분이 된다.
통신은 표준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광복절을 맞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8월15일은 파란 많은 민족수난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우리 조국과 인민의 운명개척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온 역사적인 날”이라고 강조했다.
표준시는 한 국가가 고유로 채택해 사용하는 평균태양시를 말한다. 각국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통과하는 경선을 ‘본초자오선(경도 0도선)’으로 정하고, 경도 15도를 지날 때마다 1시간의 시간차를 두기로 했다.
남북한은 현재 한반도 중심을 관통하는 자오선인 동경 127도30분이 아니라 일본 본토를 통과하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쓰고 있다.
원래는 구한말인 1908년 2월7일 대한제국 표준시 자오선이 공포되면서 동경 127도30분을 표준자오선으로 사용했지만 1910년 일제에 의해 강제 합방되자 1912년부터 일본의 표준자오선으로 바꿨다. 한국은 1954년부터 다시 127도30분을 표준자오선으로 하는 시간으로 환원했지만 1961년 군사정권이 출범하면서 표준시를 동경 135도로 변경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군사정권은 미군과 연합훈련을 벌이거나 다른 나라와 시간을 환산할 때 혼란스럽다는 이유를 변경 근거로 내세웠다. 국내에서도 일제 잔재 청산과 천문 역법을 고려했을 때 표준시를 원래대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거래 등에서 1시간 단위를 주로 사용하고 있고 표준시 변경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독자적인 표준시를 채용함에 따라 개성공단 출입 등 남북교류 과정에서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출입 과정에서 휴대전화 시간을 조정하거나 북한 근로자들의 출퇴근 시간 기준을 마련하는 데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으로 남북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항공관제 등에서도 시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근태/전예진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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